[한라일보] 아들이 육군 훈련소에 입소했다. 어지러운 시국에 군대 보내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주변에서 조언이 많았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눈에 띄면 피곤하다', '적당히 해라', '할 수 있는 만큼 해라'. 입소 후 5일째 되던 날 전화기 너머 들리는 아들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었다. "저 3소대 대표 훈련병 맡았어요." 총 260여 명의 훈련병은 60여 명씩 4개 소대로 분류되는데, 한 소대의 대표 훈련병이라는 의미다.
초·중·고등학교 다닐 때 그렇게 반장 한번 해보길 원하던 부모로서 새로운 경험이다. 그렇게 원할 때는 반장 한 번 못 해 보더니, 스스로 군대에 가서 리더십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 힘들 텐데도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아이의 모습에 '스스로 달걀을 깨고 나오면 닭이 되지만, 남이 깨준 달걀은 먹으면 사라지는 계란프라이가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청소년 대상 셀프리더십 강의를 할 때 비유하던 이야기이다.
셀프리더십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의미한다. 스스로 달걀을 깨고 나오는 사람은 도전하고 성장하는 리더. 남이 깨줄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은 환경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해석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선택하고 방향을 정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자는 의미다.
필자는 교육복지사로 현장에서 17년째 어려움을 겪는 학생, 보호자, 학교, 지역기관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다는 같은 목표를 위해 늘 전전긍긍하고 있다. 건강한 성장에 대한 각자의 해석과 접근법이 다르다 보니 애쓰다 지쳐간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한 예로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이 있다. 아이의 심리적인 요인, 부모의 양육 태도, 학교와 지역의 환경적인 요인 등 복합적인 상황이 얽혀 있는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학생, 부모, 학교, 지역사회가 셀프리더십을 발휘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갈 때 가능하지 않을까.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고 올해 1월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제정돼 2026년 3월, 모든 학교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복합적인 어려움에 처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학교-교육청-지역사회가 함께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체계다. 기관별, 사업별로 각각 학생을 지원하던 시스템에서 사업 간 연계, 전문 인력 간 협력을 통해 학생을 중심에 두고 지원하는 체계로 재구조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올해부터 3년간 서귀포시교육지원청은 학생맞춤통합지원 시범교육지원청으로 지정돼 다양한 시도를 한다. 담당자 혼자가 아닌 학교와 지역이 함께 일하는 방식으로 개선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것이다. 함께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지면을 빌어 손을 내밀어 본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함께해 주실래요? <오지선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교육복지사>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