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정부가 제주도에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구성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의회는 제2공항 주변에 분포한 조류와 숨골, 동굴 등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조사해야 할 구체적인 항목과 범위를 결정하는 기구로 제주도에 구성 권한이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말한대로 공항 개발 절차에 제주도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제주도의 시간'이 시작됐지만, 협의회 구성 논의는 첫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국토부는 협의회부터 꾸려져야 환경영향평가 관련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제주도는 서류 제출이 먼저라고 맞서고 있다.
1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국토교통부는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을 요청했다.
다른 지역에선 공항을 건설할 때 사업 시행자가 환경부와 협의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야 하지만 제주 지역에서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와 협의해야 한다.
협의회 구성은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제주도가 주도하는 첫 번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협의회는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조사·평가할지, 또 조사 범위는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설정할지를 결정하는 기구를 말한다.
협의회는 국토부 공무원 1명, 도청 공무원 1명, 국토부가 추천하는 주민 대표 2명, 전문가 8명 등 총 12명 이하로 꾸려지며 제주도가 구성하도록 돼 있다.
제주도는 공정한 협의체 구성을 위해 주민 대표에 제2공항 찬성 측과 반대 측 각각 1명씩 참여시킬 계획이다. 협의회 구성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전문가 집단은 현재 활동 중인 제주도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 중에서 분야별로 8명을 골라 선정한다.
협의회가 조사 항목 등을 결정하면, 용역 수행 기관은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한 뒤 그 결과를 담은 '초안'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항공기 안전성 확보와 환경 훼손 최소화 방안 등을 도출하려면 공항 주변 환경적 요인에 대한 4계절 조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초안 작성까지는 최소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초안 마련 후에는 본안 작성,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를 차례로 거쳐 공사가 시작된다.
오영훈 지사는 환경영향평가 단계부터 의회 동의까지 이어지는 공항 개발 절차를 두고 제주도가 개입할 수 있는 '제주도의 시간'이라며 철저히 검증해 도민들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말했었다.
환경영향평가를 앞두고 제주도와 국토부 간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첫 단계부터 양 기관의 의견 차가 극명해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숙제가 던져졌다.
제주도는 협의회 구성 절차를 시작하려면 기초 자료 격인 '환경영향평가 평가준비서'부터 제출돼야 한다며 이런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준비서는 환경영향평가 용역 수행기관 입장에서 조사 항목과 범위를 구상한 문서를 일컫는다.
도 관계자는 "준비서가 제출돼야 그 문서를 보고 어느 분야의 전문가를 협의회에 참여시킬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며 "준비서가 어떤 내용으로 언제 제출될지도 모르는데 협의회부터 구성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는 협의회부터 꾸려져야 준비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준비서를 심의할 기구가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준비서를 제출할 수 있느냐"며 "제주도의 입장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편 제2공항 건설사업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551만㎡ 부지에 5조4532억을 투입해 길이 3200m 활주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 등을 짓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한 후 그해 12월 환경영향평가 용역 수행 업체를 선정했으며, 현재는 기본설계 용역 수행 업체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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