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 출신 고명철 비평가(광운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10년 만에 내놓은 시 비평서다. "시의 존재의 힘을 믿는다"는 저자는 책의 부제처럼 ''또-다른 세계'를 향한 시적 응전'으로 독자에게 다가선다. 그가 대화적 상상력을 나눈 시인의 시 세계가 시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또 다른 풍요로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시의 정치적 감응력'으로 시작해 '세계악에 대한 응전', '시적 수행의 힘', '시와 존재의 교응', '제주 시문학의 감응'까지 모두 5부로 구성된 책은 개별 시인들의 시편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대화적 상상력을 마주하게 한다. "지구별의 위기에서 시의 존재의 힘은 한층 배가한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시가 시대와 소통하는 방식 등을 통해 문학이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감당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책의 첫 글 ''혁명전사-시인' 김남주가 수행하는 세계문학'은 기본 바탕이 되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고(故) 김남주 시인(1946~1994)의 시 '밤길', '황토현에 부치는 노래' 등으로 1970~1980년대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세계 체제가 더 공고해지던 역사적 맥락을 짚으며 "삶과 함께 부둥켜안아" 혁명의 상상력을 수행했던 그의 세계문학을 논했다.
이처럼 저자는 한국 현대시가 어떻게 세계와 호흡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왔는지를 탐구한다. 책을 펴낸 출판사는 "오늘날 한국 시 문단을 책임지고 있는 시인들의 내면 탐구 방식을 살피면서 이 시적 감각이 어떻게 시대의 문제들과 맞닿아 있는지를 탐색한다"며 "정체성과 역사가 미적 언어로 얽히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문학과 세계의 경계는 확장된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시적 수행에서 무기력한 오늘날을 건널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책머리 '후기'에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의 순간을 떠올린 저자는 "'또-다른 세계'를 향한 시적 응전"을 본다. 차가운 거리에서 K-팝 노랫말과 리듬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던 민주시민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감응과 교응의 시"를 읽은 그가 문학의 현실 참여를 바탕으로 한 비평의 세계로 초대한다. 보고사.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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