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림의 현장시선] 프랑스의 옹플뢰르 그리고 제주의 관광

[고영림의 현장시선] 프랑스의 옹플뢰르 그리고 제주의 관광
  • 입력 : 2025. 02.21(금) 06: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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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의 관광산업이 예전 같지 않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제주의 독특한 풍광이야말로 다른 지역에서는 찾을 수 없는 강점임에도 불구하고 왜 관광객들이 제주를 덜 찾아오는지 생각해 보자. 휴식을 겸한 경관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지만 차별화된 체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제주에서만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것이 관광산업의 경쟁력 있는 아이템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은 있는가' 등 여러 질문이 줄을 잇는다.

호텔이나 식당처럼 먹고 즐기고 머무를 수 있는 물리적 공간만으로 관광산업이 유지되고 발전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문화가 일상에 자리 잡은 한국인들의 안목이 이미 국제적이라는 사실에 방점을 두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관광 선진국 중의 하나인 프랑스의 작은 도시 옹플뢰르의 사례를 들여다보자. 프랑스에서 강우량이 제일 많은 노르망디 지방에 있는 이 항구 도시의 인구는 고작 1만명 정도다. 하지만 과거, 미 대륙이라는 신세계로 향하던 선박의 출항지였고, 19세기 이래로 화가, 시인, 사진가들에게 영감을 주던 곳이다.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가 칭송했고 인상주의 화가들이 작품을 남겨서 불멸의 장소가 됐다. 지금은 화가들의 아틀리에로 가득한 도시가 돼 예술의 향기를 음미하고 싶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에게는 보들레르도 모네도 없다. 그러면 우리에게만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신화와 전설은 누구나 인정하는 제주의 독특한 전승 문화지만 근현대 역사가 스민 공간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는 일에 소홀했음은 인정해야 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이야기들을 먼저 지역민들에게 알리고 공유하는 일이 필요하다. 평범하게 바라보던 일상의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들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알게 됐을 때, 누구나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이야기들을 담은 답사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짧은 시간에 제주를 발견하고 경험하고 싶은 관광객들, 제주의 근현대 역사 관광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국내 관광객을 위한 답사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까지 확장하는 날을 꿈꾸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필자는 제주시 원도심에서 마주치는 유럽 관광객들에게 제주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냐 묻곤 한다. 화산섬이라는 독특한 풍광을 보고 싶어서 왔다는 대답을 들으면서 제주의 차별적 가치를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풍광만이 아니라 유럽의 여느 도시 못지않은 제주만의 이야기를 그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이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제주가 국제관광지로 자부하려면, 제주도의 관광정책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제주관광 십년소계 만이라도 제대로 세울 것을 요구한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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