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형의 한라시론] 돈은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유동형의 한라시론] 돈은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입력 : 2025. 02.20(목) 03: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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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설날이 되면 가족, 친척들과 덕담을 주고받는다. "올해도 복 많이 받으세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듣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금전적인 피해로 고생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야기 하나. 어느 날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그가 십억 대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고향에서부터 친했던 친구로, 서울에서도 서로 돕고 의리를 지키며 지내왔다. 근면하고 성실한 친구였기에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몇 번의 통화 끝에 10년째 소송을 이어오고 있으며, 집을 잃고 가족과도 별거 중이라고 털어놨다. 가족들은 포기하라고 했지만 그는 끝까지 버티겠다고 했다.

나는 그를 믿었기에 우선 5000만원을 송금했다. 1년 안에 해결될 것이라 했고, 보답하겠다고도 했다. 그의 말을 듣고 기대가 되었다. 몇 달 뒤 3000만원을 추가로 보내 총 8000만원을 지원했다. 친구는 매일 아침 문자를 보내며 상황을 알렸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여전히 문자는 오지만, 내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혹시 사기를 당한 걸까?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를 신뢰하고 있다.

이야기 둘. 이 일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투자 붐이 일었을 때의 이야기다. 캄보디아 부동산이 유망하다는 말이 돌았고, 친한 친구가 관련된 일을 하면서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마침 전세금 중 일부인 1억 원의 여유 자금이 있었다. 6개월 후에 써야 하는 돈이었지만, 단기간 투자로 몇천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했다. 신문에서 해외 부동산 사기 기사를 본 적은 있었지만,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4개월 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사기 사건의 참고인으로 출석하라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부동산 등기부가 허위였고, 실제로 캄보디아 땅을 산 적이 없었다. 신시가지가 들어서고 예술학교가 들어서고 고속도로가 뚫리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다고 했다. 아마도 2배 정도의 이익은 난다고 했다.

당시에도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안믿겠지만 그래도 부동산 투자 쪽으로 성공해서 신뢰가 갔던 친구였기에 그를 믿고 투자한 것이다. 투자에 대한 결과를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그에게 너무 의지한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친구는 집을 날렸고, 나는 10년 동안 모은 1억 원을 잃었다.

직업 칼럼을 주로 다루지만, 새해 첫 글로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직장 생활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중요한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런데 힘들게 번 돈을 지키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하다.

재산을 관리하는 지혜가 없다면, 평생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자녀들에게도 꼭 가르쳐야 할 것이 금전관리라고 생각한다. '내 손을 떠난 돈은 더 이상 내 돈이 아니다.' <유동형 펀펀잡(진로·취업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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