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필자는 2016년에 한국은행 제주본부 지원으로 수행한 연구를 통해 '제주형 그린웨이'구상을 발표했다. '제주형 그린웨이'의 기본개념의 배경은 외연확장중심의 제주도시 전역을 아우르는 공간조직체계에 둔 것으로 산지천, 한천, 병문천 3대 하천을 제주시민의 생활 밀착형 휴식 영역인 선형(線型) 공원으로 되돌려 놓는 거시적 계획에서 시작됐다.
특히 구상적용 지역에 포함돼 있는 원도심 지역에는 과거 보행 중심의 도로 체계가 차량에 점유되며 악화된 정주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파편화된 공공시설물을 유기적으로 연계, 조직화할 도시공간 개선 전략은 매우 유효한 수법이라 생각된다. 이 전략은 제주 건천이 갖는 생태축의 흐름을 동서로 이어지는 주요간선도로와의 접점을 교두보로, 보행공간중심으로 연결해 소공원·학교 등 다중 공공시설 주변의 녹지공간(공원화)을 확산하는 개념이다. 거의 1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필자는 이 구상을 좀 더 확대한 개념으로 '그린그리드 도시(Green Grid City)'로 리뉴얼하고자 한다.
자연지형과 환경을 활용한 그린그리드 공간은 안전한 보행체계를 확립하고 자연친화 보행도시로서 도시 정체성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심권의 주요한 자연환경인 하천을 도시공간조직에 포함시킨 도시환경전략을 수립함으로써 보다 쾌적하고 다양한 시민의 라이프 스타일을 유도·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의 하천을 재정비해 경관 정체성을 회복하고, 과거 하천이 도시생활 하수처리와 자연재해의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한 것에서 나아가 제주시민의 여유와 휴식의 공간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특히 그린그리드 체계 하에 도시 공공시설의 안전한 접근성을 확보해 환경수도, 고령친화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제주형 그린뉴딜 계획에 연계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전략으로 활용하는 담대한 구상으로 확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오영훈 도정의 역점사업인 15분도시사업의 개념 정립과 사업 내용의 방향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 이제 큰 틀에서 재검토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15분도시의 구체적인 사업을 보면 다소 거리감이 있는 사업들이 적지 않다. 읍면지역의 도서관 환경개선사업이나 도로 다이어트 등이 15분도시 구상에서 핵심적인 사업인지 의문이다. 그린그리드 구상을 토대로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2년 제주도 공간환경전략보고서가 마무리됐으나 법정 계획이 아닌데다 도정이 바뀌면서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상태다. 넓은 틀에서 본다면 오영훈 도정에서 역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15분도시사업도 '그린그린드 도시' 구상과 같은 맥락에서 수용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시민에게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면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재검토를 해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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