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봄을 시샘하며 생떼를 부렸던 꽃샘추위가 물러나고 완연한 봄이 왔다.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소리 소문 없이 우리의 빈자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봄을 대표하는 꽃들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참꽃부터 저마다 자신이 봄의 전령이라며 앞 다퉈 피어나는 매화, 복수초를 비롯해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유채꽃, 튤립 등 여럿이다. 이름은 잘 몰라도 수줍고 앙증맞게 들녘에 숨어 피어나는 야생화의 모습도 봄의 향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한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 계절의 시작은 3월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터다. 온 들판과 나무들이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기 전, 봄꽃은 먼저 자신을 피워 봄을 알린다. 길고 혹독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딱딱한 나무의 표피를 뚫고 나오는 그 여리지만 강한 생명력은 우리의 고된 삶에 무한한 위로가 된다.
제주의 봄꽃축제도 봄꽃처럼 앞 다퉈 열릴 예정이다. 아직 꽃망울이 붉지는 않았지만 따사로운 봄 햇살에 봄꽃들은 팝콘처럼 여기저기서 톡톡 소리를 내며 피어날 터다.
요즘 제주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하는 노란 유채꽃도 한창이다. 바람에 일렁이는 유채의 자태만으로도 눈이 황홀하다. 그 풍경을 벗 삼아 걷는 행사가 있다. 서귀포시와 한국체육진흥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27회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가 그 주인공이다. 22~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주행사장으로 서귀포시 일원에서 열린다. 첫 날엔 법환해안도로~외돌개~이중섭거리~매일올레시장~걸매생태공원~호근마을~혁신도시 보름모루공원을 돌며 봄날을 즐긴다. 이어 둘째 날엔 보름모루공원~고근산 입구~용흥교~켄싱턴리조트~법환해안도로를 걸으며 포근한 봄 햇살을 맞는다.

전농로 왕벚꽃축제 한라일보DB
제주 봄꽃의 대표는 벚꽃이고, 봄꽃축제의 대표는 왕벚꽃 축제다. '제18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오는 28~30일 제주시 전농로 일대를 화사하게 물들인다. '향기 품은 벚꽃길 전농로'를 주제로 만개한 벚꽃을 품은 전농로 일대에서 길거리공연, 버스킹, 거리퍼레이드, 플리마켓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꽃길을 걷는 것은 축제의 묘미다. 길을 가다서다 만나볼 수 있는 K점핑, 초청가수 공연, 트롯장구, 타악 난타 구경은 덤이다. 여기에 버스킹 공연과 함께 벚꽃돌이·벚꽃송이 인형 포토존, 왕벚꽃 엽서·하트무늬 모양 이동식 포토존 코너는 축제의 '맛난 간식'과 같은 존재다.
'2025 골체오름 벚꽃축제'도 오는 29~30일 제주시 선흘2리 골체오름 일원에서 펼쳐진다. 세계적인 재즈 색소포니스트 '대니정'을 비롯해 '인간극장'에 소개된 선흘리 주민 재즈 뮤지션 부부가 속한 '오가람 밴드', 국악·클래식·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제주 출신 청년 뮤지션 '밴드 이강'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교감한다. 지역 내 관광지와 식당, 카페가 함께 참여하는 플랫폼 축제라는 점도 기억하자.

한림공원 한림공원 홈페이지
이밖에도 휴애리유채꽃축제, 보롬왓튤립축제, 한림공원튤립축제 등도 우리를 반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우리나라 정국은 그 어느 때보다 어지럽다. 새 학기를 맞아 지출이 많은 3월, 물가는 높고 장사가 안 돼 폐업은 속출하고, 인구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모두가 힘겹다. 그러나 지난겨울이 혹독했던 만큼 올해 피어나는 꽃들은 더욱 선명하고 진한 자태를 뽐낼 것이다. 우리도 묵묵히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화려하게 피어나는 봄꽃들처럼 크게 기지개를 켜야 한다. 이 따스한 3월 끝자락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상식적인 세상에서 봄날을 만끽해야 한다. 그 속에서 힘을 얻고 새롭게 그리고 힘차게 출발해야 한다. 그게 봄을 누리는 우리의 의무이자, 자세다.
제주 섬이 따사로운 햇살에 조그만 더 달궈진다면 성산일출봉, 서우봉, 산방산 등 제주 모든 곳이 온통 꽃세상이 된다. 우리가 밖으로 나서면 이 모든 것들을 오롯이 누릴 수 있다. 제주만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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