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제5차 평가보고서가 최근 공개됐다. 보고서 작성에는 약 6년간에 걸쳐 130여개국에서 약 250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이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1850년 이래 지난 30년(1983~2012년) 동안이 가장 더웠고, 21세기의 첫 10년은 더 더웠던 것으로 확인했다. 지구온난화가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새삼 강조한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온난화의 주요 촉진 요인인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의 배출을 멈춘다 하더라도 기후변화의 영향과 양상은 수백년 동안 지속될 것이며,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멈춘 이후에도 이산화탄소의 20% 이상이 향후 1000년 이상 대기중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추세로 저감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금세기말의 지구 평균기온은 3.7도, 해수면은 63㎝ 상승한다는게 5차 보고서의 비관적 시나리오다.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에도 금세기말 지구 평균기온은 1.8도, 해수면은 4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IPCC가 이번 보고서에서 SRES(온실가스 배출량 시나리오) 대신 새로 도입한 시나리오 RCP(대표농도경로)를 한반도에 적용하면 예상치는 더욱 심각하다. RCP 시나리오에 따라 기상청이 21세기 말 한반도 기후변화를 전망한 것을 보면 평균기온은 현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 현재보다 5.7도 상승하며, 감축이 상당히 실현되더라도 3.0도나 상승한다.
이로 인해 21세기 후반 평양의 기온이 현재 서귀포의 기온(16.6도)과 비슷해지고 강원도 일부 산간지역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의 지역과 황해도 연안까지 아열대 기후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반도의 폭염과 열대야 등 기후관련 극한지수는 기후변화에 따라 더 극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는 어떤가. 제주는 2007년 우리나라 최초로 정부가 지정한 기후변화대응 시범도이다. 한반도 최남단이라는 지리적 특수성과 아열대기후, 태풍의 진입로라는 점에서도 제주가 한반도에서도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지역임에 틀림없다.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 지하수위의 변화, 태풍과 홍수 등 기상이변, 창궐하는 소나무재선충병·한라산 구상나무림의 쇠퇴 등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 아열대성 질환의 증가, 농·수산업 등 산업분야의 아열대화 등 지금 제주는 지구촌 어느 지역보다도 기후변화에 따른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해수면의 경우 지난 38년(1970~2007)간 22.6cm 상승, 전지구적으로 최근100년간 10~25cm상승 빈도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구상나무림의 쇠퇴와 소나무 등 온대수종 침엽수가 고지대로 이동하는 등 한라산 생태계 변화도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해양생태계도 열대지방 어종의 출현 빈도가 높아지고 열대 독성 해파리와 갯녹음 현상이 확산 추세다. 제주가 주산지인 감귤과 한라봉의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으며 아열대 과수 재배도 늘고 있다.
우근민 도정이 당장 모든 분야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적응전략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해졌다. <강시영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