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07) 거리에서-김사이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07) 거리에서-김사이
  • 입력 : 2025. 03.11(화) 03:15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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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김사이




[한라일보] 문을 열고 나가니

안이다

그 문을 열고 나가니

다시 안이다

끊임없이 문을 열었으나

언제나 안이다

언제나 내게로 돌아온다

문을 열고 나가니

내가 있다

내게서 나누어지는 물음들

나는 문이다

나를 열고 나가니

낭떠러지다

닿을 듯 말 듯한 낭떠러지들

넋 나간 슬픔처럼 떠다닌다

나는 나를 잠그고

내가 싼 물음들을 주워 먹는다

삽화=배수연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간다. 하나의 물음을 향하여 그녀는 줄곧 문을 열고 있다. 나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다. 왜냐하면 그녀는 외줄을 밟으며 누군가 자신의 외줄 끝에서 걸어와 주기를, 맞아주기를 바라며 안간힘 쓰고 있기 때문에. 그러나 그 외줄 위에 발을 올리고 문을 열고 나가면 나갈수록 외줄 위에는 그녀 자신만이 홀로 있다.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발로만 밟을 수 있는 외줄이었다. 그녀도 알게 된 사실-세상 문을 열고 나가는 여정이란 알 수 없고 캄캄한, 자기 자신 속으로 들어가는 외줄 타기라는 것. 인생이라는 외줄에 올라 언어라는 장대로 균형을 유지한 채 결국 자신의 낭떠러지 위를 건너고 타인의 낭떠러지와 낭떠러지 사이를 걸어야 하는 그녀가 된다는 것. 외줄 위에서 떠다니는 나 또한 누군가의 외줄에 가닿기를 기도하지만, 안으로 잠긴 물음들을 계속해서 깨우는 것 말고는 나 역시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삶을 뒤흔드는 세상의 거리에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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