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내수 부진과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 이어지는 동안 관련 기사에는 부정적인 단어들이 가득했다. '비관적', '흐림', '악화일로', '찬바람', '먹구름', '꽁꽁', '부진', '침체', '위축' 등. 그 앞에는 '여전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만큼 제주경제의 흐름은 답답하고 어두웠다.
혼란스러웠던 탄핵정국, 유난히 변덕스러웠던 계절이 지나갔지만 제주 경제 지표는 얼어붙은 채 쉬이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부 지표에서 개선 조짐이 포착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기준치를 밑돌거나 전국 평균을 하회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장기간 이어온 침체 흐름 속에서 체감 경기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내국인 관광객 수 감소와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인구 유출은 계속되고 있고, 소비·건설투자와 고용 부진, 부동산 시장 위축 등 여러 악재가 맞물리면서 지역경제를 압박하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올해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000명 줄어들며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기업경기조사에서 응답 기업들이 가장 큰 경영애로사항으로 '내수 부진'을 꼽는 것은 제주경제를 짓누르는 현실과 그 무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 달 전 제주경제계는 도정에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지역 현안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예금은행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자금 사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1월중 제주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제주지역 예금은행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1.14%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과 가계가 모두 늘면서, 대출 연체율이 나란히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월(0.94%) 대비 0.2%p 상승했고, 전국 평균 연체율(지난해 12월 기준 0.44%)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부터 1%대(11월 1.03%, 12월 1.07%, 1월 1.19%)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연체율 상승세에 제주도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도내 금융기관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맞춤형 지원책과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경기 위축 장기화에 업계 곳곳에서 "버티고 있을 뿐"이라는 씁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떤 이는 "버티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어렵다"고 했다. 체감 회복을 앞당길 행정의 더욱 신중한 정책 대응과 촘촘하고 탄탄한 실행력이 필요하다. <오은지 경제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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