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잠잠할 만하면 다시 터지는 음식 관련 바가지요금 논란에 제주도정이 관광 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제주엔 관광객 수에 생존이 걸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적지 않다. 얼어붙은 민생경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읍면동 공무원들에게 점심식사를 골목상권에서 하라고 달라질 상황이 아니다.
제주도관광협회 통계를 보면 올 들어 이달 12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319만4100명(잠정)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줄었다. 외국인은 45만6400명으로 5.0% 늘었고, 내국인은 273만7700명으로 14.4% 줄었는데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실제 감소율 이상이다.
관광도시 서귀포시에 유입되는 관광객 숫자도 감소세가 확연한 분위기다. 그나마 지난겨울 노지감귤과 월동채소류 가격이 모처럼 호조세를 띠었던 덕에 지역경제가 그나마 지탱되는 걸로 보인다.
최근의 상황을 마주하면서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을 걱정하던 때가 떠오른다. 관광객 급증에 환경 악화, 교통 혼잡, 쓰레기·하수 처리난 등으로 도민 삶의 질이 떨어져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환경적 용량의 한계치를 맞았다며 총량 제한을 얘기하던 게 2017~2018년이었다. 그보다 앞서 관광객의 '양적 성장'이 아닌 제주에 오래 머물며 돈을 쓰는 부유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던 시절도 있었다.
돌고 돌아 다시 관광객 숫자만 바라보는 요즘, 제주가 유독 바가지요금 논란에 자주 휩싸이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본다. 누군가가 불만스러운 상황을 휴대전화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순간 인터넷에서 삽시간에 공유되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제주에 관심이 높다는 증거일 수 있다. 논란을 부르는 일부 비양심 업체는 분명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다른 편에선 제주 일주일 살기, 한달살이, 1년살이에 만족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다.
관광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는 지금 관광객 급증에 따른 어느 정도의 사회적·경제적 문제는 뒤따르지만 관광산업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고, 당장 그 비중을 끌어올리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지속가능한 제주 관광을 얘기하는 이유다.
국내외 환경 변화나 외교 문제, 감염병 등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관광산업은 이제 심각한 기후위기에도 맞닥뜨렸다. 기후위기로 인한 일상활동의 제약은 관광에는 분명 악재다. 당분간 국내 경기 전망도 어두워 1%대의 낮은 성장률에 적응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제주가 관광객 방문 효과를 특정 업체들만 누리지 않고, 지역사회에 고루 퍼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소멸에 따른 정책으로 사회 모든 분야에 로컬리즘(localism·지역성)이 강조되는 시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제주만의 로컬리즘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게 인력과 사업체 육성까지 제주 여건에 맞는 관광생태계를 고민해야 할 때다. <문미숙 제2사회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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