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경의 건강&생활] '폭싹 속았수다' 그 따뜻한 말 한마디처럼

[신재경의 건강&생활] '폭싹 속았수다' 그 따뜻한 말 한마디처럼
  • 입력 : 2025. 04.16(수) 03:00  수정 : 2025. 04. 16(수) 12:4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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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 방언으로 된 제목부터가 인상적인 이 드라마는,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다. 제주도민으로서 이 드라마를 바라보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깊고 특별하다. 어딘가 낯익은 풍경, 익숙한 말투, 우리 부모 세대의 삶과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든 이야기.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고,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 회차가 끝날 때마다 또다시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감동은 화면을 넘어 진료실까지 번져왔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감성극을 넘어, 우리 삶의 깊은 결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유독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장면이 있다. 주인공 관식이와 애순이가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병을 진단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장면이다.

병원 내에서 두 사람이 겪는 소외감, 의사와 간호사, 직원들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과 차가운 시선은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더욱 무겁고 아프게 다가왔다. 병원이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더욱 위축시키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문득 어린 시절, 병원 문을 조심스레 열고 하얀 가운 입은 의사 앞에 서면 괜히 작아지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담도암으로 투병 중이셨던 외할머니께서 회진 시간이 되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주치의 교수님께 90도로 인사하며 “잘 부탁드립니다.”고 하시던 장면도 선명하게 기억났다.

그런 내가 이제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마주하는 의사의 자리에 서 있다. 그래서였을까. 그 장면은 내게 조용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과연, 관식이와 애순이 같은 환자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진료하고 있었는가. 바쁘다는 이유로, 진료가 밀렸다는 이유로, 아픈 몸을 이끌고 이른 아침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무심하게 대하진 않았는가. 진료실 문턱에서 처음 마주하는 간호사와 직원들은, 그분들을 향해 진심 어린 눈빛과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있는가.

드라마 한 편이 나를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다시 다짐하게 만든다.

“한 분 한 분을 내 부모님처럼, 가족처럼 대하자. 성심을 다해 진료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네자.”

극 중 관식이가 진단받은 다발성 골수종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으나, 전체 혈액암 중 약 10%를 차지할 만큼 드문 병은 아니다. 특히 고령 인구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골수 속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신장 기능을 떨어뜨리고, 뼈를 약하게 하며,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예전에는 치료가 어렵고 예후도 나빴지만, 최근에는 신약과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며 삶의 질과 생존률 모두 크게 향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이다.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글을 빌려 또 한 번 다짐해본다. 병원을 찾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식이며, 소중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진료실에서도 제주 방언 “폭싹 속았수다”―“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그 따뜻한 한마디처럼, 병원에서도 위로받고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의료진의 진심어린 마음이 그 말처럼 전해지길, 오늘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본다. <신재경 제주365플러스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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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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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지나가다 2025.04.16 (09:41:07)삭제
폭싹이 제주방언이라고 제주방언은 복삭이다 폭싹은 건물이 주저않거나 할때 쓰는말이다 알려면 제대로 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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