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제주라는 공간서 마주한 '삶의 자국'들

[책세상] 제주라는 공간서 마주한 '삶의 자국'들
문순자의 '가끔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
  • 입력 : 2025. 04.18(금) 01:00  수정 : 2025. 04. 18(금) 14:25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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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 문순자(69) 시인이 펴낸 새 시조집 '가끔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는 '제주'라는 장소성을 형상화한다. 그에게 삶의 구획인 제주에서 마주하는 장소들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닌 삶을 일구고, 사회와 소통하고, 여러 표정의 자신을 만나는 성찰의 공간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시집에는 제주의 사회·역사·서정적 의미를 시적 자연어로 재현한 57편의 시가 담겼다. 제주의 말과 표정, 감정으로 풀어낸다.

농부인 시인은 "목숨 걸고 하는 일 아무도 막을 수 없네/섭씨 35도 타이벡 감귤밭 가장자리/이름값 밥값 하느라 엉덩일 들이미네('애기땅빈대')"라며 삶의 고단함을 전하고, "그 불똥 태풍 또 오면/어디로 튈까 몰라('감귤밭 멀구슬나무')"라고 걱정하면서도 감귤 농사를 지어야 하는 숙명을 진솔하게 얘기한다.

또 "자랑자랑 웡이자랑('너븐숭이-애기무덤')"을 부르며 4·3의 소용돌이 속에 무고하게 희생된 어린 영가를 애도한다. 개발 위기에 놓인 자연의 소리도 받아 적는다. "낮에는 새들 천지 밤에는 풀벌레 천지/지향성 마이크로 저들의 소릴 채록한다/4·3 그 파일을 열듯 새가슴 쓸어내린다//필터 없이 앞 사람과 3미터 거리를 두면/가끔은 딱따구리 끌끌끌 혀 차는 소리/몇 년쯤 지나고 나면 이마저 사라질 것 같은('선흘곶자왈')"

시인은 199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시조집 '어쩌다 맑음', '아슬아슬', '파랑주의보' 등을 펴냈다.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한국시조작품상, 노산시조문학상을 받았다. 작가.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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