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성당 '종지기 화가'가 40년 넘게 바라본 인간내면

서귀포성당 '종지기 화가'가 40년 넘게 바라본 인간내면
돌문화공원 갤러리 고영우 '환상에 대한 환상'전
크레파스 작품·모노톤 인물 군상 등 50여점 전시
  • 입력 : 2025. 04.02(수) 21:15  수정 : 2025. 04. 03(목) 06:17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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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우의'너의 어두움'

[한라일보] 고영우(83) 화백은 서귀포성당의 종지기 화가로 알려졌다. 매일 오후 6시만 되면 어김없이 성당에서 종을 친다. 스스로 성당의 방치된 종을 친지도 40년이 넘었다. 이에 대해 그는 "병약한 나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60년 이상 이어져온 그의 고통이 따른다. 1943년 서귀포에서 태어난 고 작가는 아버지 고(故) 고성진(1920~2016) 화가의 권유로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학과에 진학했으나, 공황장애 악화로 중퇴하고 제주로 내려와 작품 활동에만 매달렸다.

그는 공황장애로 인한 불안 증세로 수년간 고통받아 온 자신의 내면을 깊이 탐색하며 그림을 탈출구로 삼아왔다. 그가 태어나서 현재 살고 있는 서귀포의 구시가지 '솔동산' 일대의 터전을 중심으로 반경 2~3㎞, 멀게는 5㎞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다. 이런 작가의 삶과 작업은 분리될 수 없었다.

고 작가는 인간의 불안이나 어두움을 주제로 작업하며 '인간의 내면'을 천착해왔다. "슬픔은 인간이 지닌 원초적이고, 극히 아름다운 감정이다. 내 작품의 본질은 고립된 인간의 내적 고통이다.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에는 어두움이 존재한다. 나는 어두움과 눈물을 그리며 인간의 선한 것을 찾는다." 그의 연작 '너의 어두움'은 이런 탐색의 과정에서 나왔다.

이러한 고 작가의 45년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개인전 'Layers of Fantasy-환상에 대한 환상'이 지난 1일부터 제주돌문화공원 내 갤러리 누보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 커피를 재료로 그린 작품,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20년간 몰두한 크레파스 작품과 드로잉, 2000년대 이후 유화로 그린 모노톤의 인물 군상 시리즈까지 그만의 화풍을 보여주는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크레파스 기법으로 작업한 작품의 대부분은 10명이 넘는 소장자들이 참여해 전시가 이뤄지게 됐다.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 누보 송정희 대표는 "전시기간 동안 고 작가를 아끼는 다수의 소장자들과의 대화하는 시간과 함께 전시해설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라며 "작가에 대한 아카이빙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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