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덮친 눈바람에도 '새봄' 피었다

입춘 덮친 눈바람에도 '새봄' 피었다
  • 입력 : 2025. 02.04(화) 18:35  수정 : 2025. 02. 05(수) 21:01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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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을사년 탐라국입춘굿' 마지막 날인 4일 관덕정 광장 앞 도로에서 호장을 중심으로 낭쉐와 잠대를 끌며 풍농을 기원했던 모의 농경의례인 '낭쉐 몰이'가 재현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의원 등이 낭쉐를 끌고, 호장을 맡은 이상봉 도의회 의장이 잠대를 끌며 한 해 무사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입춘을 덮친 폭설에 제주섬은 얼었지만, 새봄을 부르는 기원은 신명나게 피었다. 강추위가 엄습한 4일 제주목 관아와 관덕정 광장에는 한 해 무사안녕과 풍요를 바라는 마음으로 북적였다.

(사)제주민예총이 주최한 '2025 을사년 탐라국입춘굿'이 이날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입춘 맞이부터 지난 3일간의 본행사까지 16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입춘굿'으로 꾸며진 마지막 날의 하이라이트는 호장을 중심으로 낭쉐와 쟁기를 끄는 모의 농경의례인 '낭쉐몰이'였다. 실제 소를 본따 만든 큰 낭쉐(나무 소)가 차량이 통제된 도로를 따라 움직이자 관덕정 서측 주차장부터 제주시 중앙사거리까지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도민사회 무사안녕 등을 기원하는 긴 깃발이 눈보라에 휘청이기도 했지만, 새봄을 맞는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올해 낭쉐몰이는 코스를 늘리고 시민 참여를 더하면서 축제 관람객과 시민들도 신명나는 가락에 발맞춰 걸었다.

올해 입춘굿 호장을 맡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은 도민에게 전하는 '입춘덕담'을 통해 "날씨는 쌀쌀하지만 오늘을 계기로 낭쉐가 걷는 큰 걸음처럼 도민 현실에 놓인 어려움을 넘을 수 있길 바란다"며 "더 화합하고 무사 안녕할 수 있도록 도민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본행사 첫날인 지난 2일 '거리굿'을 제외하고 궂은 날씨를 보이면서 일부 행사가 차질을 빚기도 했다. 제주민예총이 올해 새로운 볼거리로 준비했던 '큰대(하늘과 땅을 잇는 큰 기둥) 세우기'도 지난 3일 안전 상의 문제로 취소됐다.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이 무색할 정도로 강한 눈바람을 맞닥뜨렸지만, '제주굿'이라는 신앙적 요소를 살린 도시축제로 향하는 입춘굿은 올해 '시민 참여'를 더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족과 함께 입춘굿을 찾았다는 한미혜(39) 씨는 "작년에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탈춤(입춘굿탈놀이)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 올해는 축제 3일 내내 왔는데, 낭쉐몰이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이 재밌었다"면서 "2025년에는 아이 아빠의 아픈 눈이 나아서 건강하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새해 소망도 꺼냈다.

'2025 을사년 탐라국입춘굿' 마지막 날인 4일 낭쉐몰이 퍼레이드가 끝나고 영감놀이보존회, (사)마로, 민요패소리왓 등 공연 출연팀과 축제 방문객들이 관덕정 광장에 모여 신명 나게 놀고 있다. 강희만기자

탐라국입춘굿이 제주시를 넘어 서귀포시까지 무대로 삼은 것은 올해로 두 번째다. 지난해부터 제주도가 후원하는 행사로 바뀌면서 생긴 변화다. 올해도 본행사 첫날에 '춘경문굿'이 제주시를 비롯해 서귀포시청과 올레시장, 이중섭거리에서 진행됐지만, 볼거리는 거기에서 머물렀다. 같은 날 제주시 25개 읍면동에서 마을거리굿이 진행된 것과 달리 서귀포 지역에선 별다른 참여가 없었다. '제주도 전역' 축제로의 무대 확장에 대한 고민은 과제로 남아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날 낭쉐몰이에 앞서 "2000년 전, 탐라국이 생길 때부터 진행됐던 입춘굿 놀이를 다시 재현하고 있는데, 우리가 끝까지 지키고 계승해야 할 전통문화라고 생각한다"며 축제를 통한 보존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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