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겨울의 끝자락, 차가운 바람이 여전히 볼을 스치지만 그 속에서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옵니다. 하루가 다르게 길어지는 햇살과 녹아내리는 땅,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올라오는 작은 생명들이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깨웁니다. 제주의 자연도 봄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입니다.
특히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절물자연휴양림과 노루생태관찰원에서는 봄의 전령이라 불리는 복수초가 노란 꽃잎을 활짝 펼치며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습니다. 복수초는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과 더불어, 꽃말인 '영원한 행복'처럼 추운 겨울을 견디고 마침내 찾아온 봄의 기쁨을 전하는 꽃입니다. 아직 남아 있는 찬 기운 속에서도 그 존재만으로 따뜻한 봄을 알리는 복수초는,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사일지도 모릅니다.
복수초가 전하는 봄의 기운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만이 아닙니다.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피어나는 복수초의 모습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하며, 지친 마음에 작은 위로와 용기를 건네줍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복수초가 피어나는 시기를 기다리고, 그 황금빛 꽃잎을 보기 위해 노루생태관찰원을 찾습니다. 자연 속에서 마주하는 복수초 한 송이는 그 어떤 화려한 꽃보다도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곤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움을 훼손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부 탐방객들이 복수초를 비롯한 야생화를 무단으로 캐가거나, 사진 촬영을 위해 무리하게 접근해 꽃 주변의 생육 환경을 망가뜨리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복수초는 자생지의 환경에 적응하며 자라난 야생화로, 무분별하게 옮겨 심으면 대부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시들어버립니다. 자연에서 피어난 꽃은 자연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그곳에서만 온전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야생화 불법 채취는 개인적 양심의 문제를 넘어 법적으로도 명백한 위법 행위입니다. 현행 산림보호법에서는 허가 없이 야생화를 채취할 경우 벌금이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작은 호기심이나 개인적 욕심이 우리 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훼손하고, 다음 세대가 누릴 아름다움마저 앗아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연은 우리 모두의 것이며, 동시에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복수초가 피어나는 이 아름다운 순간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즐기고, 사진이나 마음속 추억으로 간직하는 성숙한 자연 사랑이 필요합니다. 노루생태관찰원을 비롯한 제주 곳곳의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계절의 인사, 봄의 소식을 함께 누리고, 또 함께 지켜가기를 바랍니다.
<김원식 제주시 절물생태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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