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가 있고, 사람이 있고, 또 사랑이 있다. 제주 안팎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삶과 세계관이 곧 시가 됐다. 시의 언어로 끄집어지는 순간이 저마다의 표정을 짓는다.
|강방영의 '현실 과외'
제주 시인 강방영의 10번째 시집이다. 2022년 '노을과 연금술'에 이어 내놓은 새로운 시집은 150편이 넘는 시로 엮였다. '호수'를 시작으로 '꽃다발과 달', '귀곡잔도', '노인과 지나가는 것들' 모두 4부다. 제주4·3의 아픔은 "안개와 나무들의 마을"이었던 시인의 고향에도 죽음을 드리웠지만, 시인과 함께 그 시절을 난 아이들은 "어머니의 마당에서 언제나 충만한 밤과 아늑한 낮을 살았다". 그런 그의 시가 이제는 사라진 마을과 사람, 지난 시절의 유의미한 순간을 시적 언어로 끄집어낸다. 황금알. 1만5000원.
|강영란의 '오래 기다려도 레몬은 달콤해지지 않고'
"별 거 아닌 걸 별 거로 만드는 게 시인"이라는 강영란 시인의 신작 시집은 지금 여기, '제주'를 다시 보게 한다. 구두미포구부터 서귀포, 무릉리, 막숙개(막숙포구), 공새미와 같은 수많은 제주가 시화돼 오감으로 다가서게 한다. 그의 시를 "제주의 찬가이자 교향시"라고 부르는 김재홍 시인은 해설에서 "이토록 넓고 깊고 섬세한 제주 사랑을 이끌어 낸 시인을 본 적 없다"고 예찬했다. 무수한 제주의 표정을 드러내며 그보다 더 많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제주 찬가의 노랫말을 들려주고 있어서다. '여기는 / 내가 조금 울어도 되는 곳'(시 '월평포구' 중), '백 년이 지난다 해도 / 그래! 괜찮아 위로하는'('무릉리' 중) 시인의 제주가 그와 나란히 걸어온다. 천년의시작. 1만1000원.
|한분순의 '그대의 끼니가 아름답기를'
'이 글 읽는 그대의 끼니가 늘 아름답기를.' 한분순 시인의 시조집은 이 한 문장의 작가의 말로 문을 연다. 시집 말미에 작품 해설을 한 이봄 시인의 말처럼 그의 세계관은 애정이자 예의이고 상냥함이다. 리듬감을 쌓은 입체적인 문체가 슬픔이 들 자리 없이 사랑을 말한다. '결국은 사랑이다 / 웅변보다 강한 밀어 / 연인아 모든 우주가 / 너에게 다정해'(시 '연인아' 중). 다정한 속삭임이 즐겁고 강력하게 사랑을 부른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가람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한 시인은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명예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동학사. 1만3000원.
김지은기자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