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랑의집 폐쇄 로드맵 공식화… 부모 강력 반발

제주 사랑의집 폐쇄 로드맵 공식화… 부모 강력 반발
제주시, 최근 시설 폐쇄에 따른 단계별 추진 계획 수립·배포
타 시설 전원 거부할 경우 '원가족 복귀' 명시에 부모들 '항의'
"발달장애인 새 환경 적응 어려워… 그 자체가 인권침해 소지"
부모 "시설 정상화 노력을" VS 시 "법령상 안 맞아" 협의 난항
  • 입력 : 2024. 05.29(수) 17:16  수정 : 2024. 06. 02(일) 13:29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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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가 지난 4월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랑의집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반복된 인권 침해로 폐쇄 명령이 내려진 제주 장애인거주시설 '사랑의집'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오는 2026년 7월까지 시설 폐쇄를 유예했던 제주시가 입소 장애인의 전원 조치를 공식화하자, 부모들은 "일방 추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시는 '사랑의집 시설 폐쇄 결정에 따른 전원 조치 로드맵'을 확정해 지난 23일 배포했다. 이를 전달 받은 사랑의집 시설 측은 현재 입소해 있는 발달장애인 24명의 보호자에게 이러한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시가 정한 단계별 추진 계획을 보면 이달부터 내년 12월까지는 '전원·자립 조치 집중 기간'으로 정해졌다. 이어 2026년 1월부터 4월까진 '임의 전원·원가정 복귀'가 예고됐으며, 같은 해 5~7월에는 시설 폐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계획됐다.

제주시가 사랑의집 폐쇄 명령을 내린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2021년 12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학대 사실이 확인되면서 내려진 조치다. 다만, 기존 입소 장애인의 상황을 고려해 2026년 7월까지 3년간의 유예 기간을 뒀다. 제주시는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의 추천을 받아 지난해 8월 임시 시설장을 선임한 데 이어 법인을 대신해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다.

제주시에 시설 폐쇄가 아닌 '시설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는 부모들은 전원 조치 로드맵에 반발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랑의집 입소자의 한 보호자는 "정부의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 지침에는 시설폐쇄 행정처분 시에 입소자 전원 계획 등을 함께 수립하고 본인 의사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그런데 로드맵에는 다른 시설로 전원을 거부하면 원래의 가정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내 장애인거주시설에는) 자리가 없어 사실상 전원 자체도 불가능하다"며 "가장 큰 문제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환경이 바뀌면 어떤 행동이 나올지 모른다는 거다. 전원 자체가 무서운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제주 밖에서도 전원 중지를 요청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에 기반을 둔 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지난 27일 제주시에 공문을 보내 "거주시설이 폐쇄되면 시설 거주 장애인은 강제로 전원 조치를 당할 수밖에 없다"며 "소통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에게 주거지 변경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수반하게 돼 그 자체가 인권침해 소지"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는 장애 정도가 심해 자립하기 매우 곤란한 중증장애인이 필요한 보호를 평생 받을 수 있도록 알맞은 정책을 강구할 의무가 있다"며 "보호자의 동의 없이 시설 폐쇄를 결정하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 학대이고, 장애인 부모에 대한 차별 행위"라고 했다.

제주시는 '시설 폐쇄'가 결정된 만큼 시설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법령상에 처분 규정을 보면 1차 개선 명령, 2차 시설장 교체까지는 정상 운영을 해 볼 수 있지만 3차 시설 폐쇄 명령은 전혀 다른 내용"이라며 "시설 주체인 법인의 개선 노력이나 경영 의지가 없어 시설을 정상화할 수 없다고 판단됐을 때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원 조치 로드맵에 대해선 "폐쇄 명령 이후 후속 조치로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며 안전하게 다른 시설로 전원할 수 있도록 수립한 계획"이라며 "전원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원 가능 시설이 연계될 경우 예비 입소 기간을 두고, 부적응 시에 다른 시설로 재매칭하는 등의 방안으로 부모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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