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일 제주특별자치도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77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정부를 대표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라일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주 4·3 생존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제주 4·3영령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곳 평화공원에 모였습니다.
먼저, 영령들의 무고한 희생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
그동안 통한의 세월을 눈물로 견뎌오신 생존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랜 치유와 화합의 길을 함께 걸어오신 제주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77년 전, 제주에서 일어난 4·3사건은 냉전과 분단의 시대적 아픔 속에서 수많은 분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우리 현대사의 큰 비극입니다.
사건 이후에도 반세기가 지나는 긴 세월 동안, 억울함을 풀 길조차 없이 흩어진 가족과 무너진 공동체를 가슴에 품고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민 여러분의 끈질긴 노력으로 2000년에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의 길이 열렸습니다.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고, 4·3희생자 추념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여 온 국민이 마음 아픈 과거를 함께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유죄 확정 판결로 큰 아픔을 겪었던 많은 희생자분들이 직권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하셨습니다.
2022년부터는 희생자분들에 대한 보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는 특별법을 개정하여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실제 가족임에도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던 분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이 가능해졌습니다.
앞으로 4·3위원회를 통해 이분들에 대한 가족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희생자와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책무입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희생자와 유가족분들의 완전한 명예 회복과 보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미진한 부분에 대한 추가 진상 조사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하겠습니다.
아직, 유해조차 찾지 못한 분들에 대한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생존희생자와 유족분들을 돕기 위한 복지와 심리 치료를 확대하고, 트라우마 치유센터 건설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또한 4·3기록물이 올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나라 안팎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좌우될 수 있는 중대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국민적인 통합이 매우 절실한 때입니다. 이념과 세대, 지역과 계층 간의 갈등을 넘어서지 못하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우며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제주4·3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화합과 상생의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민간 희생자뿐만 아니라 군인과 경찰 희생자를 함께 추모하는 제주 영모원(英慕園)의 위령비에 화해와 포용의 정신이 새겨져 있습니다.
"모두가 희생자이기에 모두가 용서한다는 뜻으로 모두가 함께 이 빗돌을 세우나니, 죽은 이는 부디 눈을 감고 산 자들은 서로 손을 잡아라"고 하셨습니다.
제주도민 여러분은 이러한 정신으로 지금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제주를 이루었습니다.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다시 일어선 4·3의 숨결로 대한민국을 하나로 모으고, 미래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제주 4·3정신을 더 큰 평화의 물결로 만들어 나갑시다. 정부는 국민 여러분과 함께 진정한 화합과 통합의 시대를 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4·3 영령을 추모하며,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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