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성 문헌·발굴자료 학술작업 지속돼야

[사설] 제주성 문헌·발굴자료 학술작업 지속돼야
  • 입력 : 2015. 05.13(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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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기념물 제3호인 제주성은 탐라국시대부터 이어져온 천년의 유산이다.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제주사회의 중심이었다. 제주성이 유린되기 시작한 시기는 일제강점기부터다. 일제는 1910년대 제주성 남문 등 성문과 누각들을 허물더니 1920년대 후반에는 산지항(제주항)을 건설하면서 성담을 파괴했다. 제주성 성곽 대부분이 사라지게 된 주요 원인이다. 일제에 의해 전통역사경관이 훼철되면서 강제된 식민지 경관은 오늘날 제주시 원도심을 크게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제주시가 지난해부터 제주성 정비·복원을 추진하는 것도 잃어버린 제주 정체성을 되살리고 역사경관을 회복시켜 원도심 활성화를 꾀하자는 취지에서다. 최근 제주시와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이 펴낸 '제주성 총서-사진·지도'는 제주성의 원형과 역사성을 규명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성안에 자리했던 주요 건물과 역사현장, 제주성 관련 고지도 등은 제주성 정비·복원과 학술규명을 위한 중요한 자료들이다. 제주성 남성 등 일제에 의해 훼철되기 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새롭게 발굴됐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제주성은 도문화재로 지정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학술규명이 제대로 안됐다. 그동안 무분별한 개발로 긴급구제발굴 성격의 단편적인 조사가 있었을 뿐이다. 그마저도 체계적인 연구조사가 뒤따르지 않아 사장되고 있다. 각종 문헌과 발굴자료 등을 망라한 총서 작업 등이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정비복원도 제주성 남성 구간 일부만 이뤄져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유서 깊은 천년의 유산이라고 내세우기에는 부끄러울 지경이다. 본보가 그동안 수십차례에 걸쳐 제주성 정비·복원과 학술규명 필요성을 제기했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서울시가 한양도성 등재를 추진하는 것에서 보듯이 성곽은 도시발전을 가로막는 애물단지가 아니다. 오히려 성곽을 통해 도시의 생명력을 찾고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추세다. 제주시가 제주성 정비복원 각종 사업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게 곧 제주도정 현안인 침체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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