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당시 서울 여의도 국회 상공에서 포착된 군 헬기의 모습. 부미현 기자
[한라일보]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민주화 이후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에 대해 위헌·위법성을 인정했다. 그 결과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으로 결론이 났다.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은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이 매우 중대한 대통령 파면 사유임을 공표한 역사적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헌재는 비상계엄은 여타 수단을 모두 고려한 뒤의 최후 수단이어야 하고 경고성·호소형 계엄이란 없다고 못박았다.
헌재는 지난 4일 대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모두 위반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한 결정문을 통해 ▷ 계엄의 실체적·절차적 요건 ▷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 ▷ 포고령 발령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 법조인 위치 확인이 모두 위헌·위법인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해온 경고성·호소형 계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그 이유에 대해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즉시 피청구인(윤석열)은 평상시에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헌법 제77조 제3항)"고 밝혔다. 이어 "피청구인의 별도의 지시가 없더라도 계엄법에 따라 계엄업무를 시행하기 위해 계엄사령부가 구성되고,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면서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을 지휘·감독하게 된다. 중대한 위기상황을 병력으로써 극복하는 것이 비상계엄의 본질이므로, 그 선포는 단순한 경고에 그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같은 이유로 비상계엄은 선포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비상계엄은 위기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전적·예방적으로 선포할 수는 없고, 공공복리의 증진과 같은 적극적 목적을 위해 선포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정치상황과 사회상황이 전시·사변에 해당한다거나 적과 교전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적시했다.
또한 헌재는 병력 투입은 여타 수단들을 모두 고려한 후 최후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헌재는 "대국민담화, 헌법개정안 발의, 국민투표부의권 행사 등을 통해 경고와 호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고성, 호소형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피청구인이 12·3 비상계엄을 중대한 위기상황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헌재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는 고도의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므로 탄핵심판 청구가 부적법하다는 주장과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의 절차적 흠결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탄핵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며 "탄핵제도는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 원리를 구현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통령을 파면하는 경우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국가공동체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치러야 하는 민주주의의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27분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대국민담화 내용은 '대한민국은 야당의 탄핵과 특검, 예산삭감 등으로 국정이 마비된 상태이며,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당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고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를 발령했다.
국회는 이에 자정을 넘긴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1시 2분쯤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윤 전 대통령은 3시간쯤 지난 뒤인 같은 날 새벽 4시20분쯤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을 해제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국회는 곧바로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지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가 불성립됐다. 국회는 재발의 후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안을 가결시켰고, 같은 날 헌재에 탄핵심판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123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112일만인 지난 4일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에서 파면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상 두 번째 파면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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