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제주4·3의 역사적 현장인 관덕정 앞에서 제주대 총학생회 등이 '전국대학생 4·3평화대행진'에 앞서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초중고 때 4·3 교육 접하지만 대학에선 수강 기회 부족2022년 문 연 제주대 ‘4·3 작은 전시관’ 반짝 관심 그쳐대학가 4·3 이해 확산 위한 다양한 교과 프로그램 필요
[한라일보] 제77주년 제주4·3을 맞아 세 차례에 걸쳐 4·3의 세대 전승 방안을 다룬다. 4·3 발발 이후 두 세대가 지나고 있는 지금, 4·3교육 현장과 공간을 중심으로 4·3의 가치를 미래에 어떻게 전할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우리 대학생들은 4·3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고, 침묵 속에 살아온 피해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제주를 이끌어갈 제주 청년들의 책임이라 여기며, 매년 돌아오는 4월이 따뜻한 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원도심 관덕정 앞. 제주4·3의 역사적 현장인 그곳에서 제주 지역 대학교 총학생회와 전국국공립대학생연합회 의장단이 4·3에 대한 미군정의 책임 규명과 사과 촉구, 극우 단체의 4·3 망언 중단과 4·3왜곡 처벌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160여 명의 참석자들은 선언문 낭독 뒤 제주시청까지 '전국대학생 4·3평화대행진'을 벌였다.
4·3 77주년을 맞아 대학가에도 추모 분위기가 일고 있다. 학생회를 중심으로 4월이 되면 행사를 이어가지만 '반짝' 관심에 그치는 사례가 있어 이해도를 높이고 공감대를 확산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4·3평화재단에서는 8기째 제주 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4·3동백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제주대, 제주한라대 학생들로 구성된 13명의 서포터즈들이 국내외 평화·인권 현장 탐방, 청년 교류 프로그램 참여, 온라인 콘텐츠 제작 등에 나선다. 지난 27일 제주대 학생회관 1층에서 4·3 홍보 활동을 하고 있던 장문경(제주대 4)씨는 "어렸을 때 학교에서 영상이나 노래로 4·3을 접했지만 정확히는 몰랐다"며 "대학에 와서 4·3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됐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 서포터즈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제주대 학생회관 1층에서 '4·3동백서포터즈'들이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대 학생회관 3층 '4·3 작은 전시관'.
제주대 학생회관 3층에는 제주대 총학생회와 4·3평화재단이 함께 만든 '4·3 작은 전시관'이 있다. 회의실을 상설 전시장으로 꾸며 2022년 4월 문을 열었다. 당시 '사진으로 보는 제주대 4·3진상규명운동' 등 4개의 전시와 상설 분향소, 영상 시청 코너 등을 두기로 했고 현안과 주제를 새롭게 바꿔 운영한다고 했지만 일부는 계획에 그치고 있다. '작은 전시관' 가는 길엔 방문자를 위한 안내판 하나 없다.
김지완 제주대 총학생회장은 "4·3평화재단과 소통하면서 전시관을 재단장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타지에서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4·3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려 한다. 31일부터는 학내 4·3추모주간으로 정해 정문에서 학생회관까지 4·3 추모의 거리를 조성할 예정이다. 앞으로 비교과 수업으로 온라인 4·3강의를 운영하는 내용도 학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대에서 들을 수 있는 4·3교양과목은 사학과에서 1학기에 개설한 '제주4·3의 역사적 이해' 정도여서 재학생들이 4·3을 배울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4·3문학을 연구해온 김동윤 제주대 교수는 적어도 제주대 학생들이라면 4·3강의는 반드시 수강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4·3에 제주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었다"를 넘어 왜 발생했고, 무엇을 계승해야 하는지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김 교수는 "4·3 80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제주대가 거점국립대로서 4·3과 영화, 4·3과 문학 등 4·3과목을 이수하도록 교과 과정 개편을 추진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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