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77주년] 4·3의 세대 전승 어떻게 (하)

[제주4·3 77주년] 4·3의 세대 전승 어떻게 (하)
"아동·청소년 위한 맞춤형 콘텐츠 늘려야"
  • 입력 : 2025. 04.02(수) 03:00  수정 : 2025. 04. 02(수) 21:34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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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4·3어린이체험관을 찾은 어린이집 원아들이 '동백팽이'를 만들고 있다. 진선희기자

2017년부터 운영 4·3어린이체험관 리모델링 언제쯤
유적지 4·3 공간 등 연령대 맞는 자료 비치·해설 필요
미래 세대 교육 내실로 반복되는 4·3왜곡 행위 방지를


[한라일보] 둥그렇게 모여 앉아 '동백팽이'를 만든 아이들은 이내 여기저기 흩어졌다. '들키면 안돼요!'라는 문구가 적힌 동굴 모형 안으로 들어가거나 벽면에 '평화블록'을 붙이며 놀았다. 목숨을 건지기 위해 컴컴한 동굴 속으로 숨어들어 평화의 날이 오길 고대했을 70여 년 전 제주는 그렇게 시간을 뛰어넘어 천진한 아이들과 만나고 있었다.

지난달 28일 제주4·3평화공원 내 4·3어린이체험관. 사전 예약해 방문한 어린이집의 원아 10여 명이 이곳에서 4·3을 다룬 샌드애니메이션 관람, 만들기 활동 등을 벌였다. 아이들은 체험관을 실내 놀이터 삼아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제주도에서 제주4·3평화교육센터 건물에 조성한 체험관은 6~11세(유치원~초등학교 4학년 이하)의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4·3의 의미를 보다 쉽고 밝게 전달하기 위해 2017년 12월부터 운영됐다. 이용객은 매년 늘고 있는 편이다. 2018년 7830여 명에서 이듬해엔 1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2월 이후 1년 6개월여 휴관하면서 그 수가 크게 줄었으나 지난해엔 개인 5546명, 단체 3627명 등 9173명이 체험관을 찾았다. 전년 대비 약 55%가 증가한 수치다.

디지털 기법 등을 활용한 어린이 대상 체험 시설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곳은 개관 이후 전시 콘텐츠가 거의 그대로다. 거기다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방문율이나 관람객 확대가 제한적일 수 있다.

어린이들이 동굴 모형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평화블록 체험.

4·3어린이체험관이 들어선 제주4·3평화교육센터 전경.

제주4·3평화재단 측은 "요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실감형 전시를 보강하고 야외 어린이 놀이터를 설치하는 등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다"고 했다. 주말 개방에 대해선 "운영 인력이 2명이어서 휴일 근무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지난해 12월 착공한 4·3국제평화문화센터에 메타버스관 등 어린이 시설을 배치할 예정으로 체험관은 추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4·3교육과 연계 가능한 공간들은 4·3평화기념관이나 체험관말고도 있다. 제주시 건입동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서귀포시 대정읍 '제주예비검속 백조일손역사관', 서귀포시 중문동 중문성당 옆 '중문4·3기념관' 등이 4·3유적지에 들어섰다. 다만 청소년들이 이들 시설에 발을 디뎠을 때 얼마나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인만이 아니라 저연령대 방문자를 고려한 안내 자료 비치, 해설 등이 동반돼야 해서다.

제주도교육청에서는 2029년 3월 완공을 목표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분교(폐교)에 제주4·3학생교육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도교육청의 '4·3평화인권교육 5개년 시행 계획'(2025~2029년)을 보면 학생교육관은 평화인권교육의 내실화와 전국화를 위한 후세 교육의 장으로 지어진다. 개관하면 전국의 청소년은 물론 교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학생교육관과 제주 전역 4·3유적 코스를 매개로 반(半)일이나 1일 또는 1박 2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안을 예시했다.

최근 우원식 국회의장의 옷깃에 단 '동백꽃 배지'를 두고 일각에서 '공산당 배지'라는 주장이 나왔다. 제주4·3 70주년이 되던 해에 전국화 캠페인으로 정치인에서 유명 연예인까지 동백꽃 배지 달기에 동참했던 때가 7년 전이었다. 당시 제주도에서 붉은색 동백꽃 배지를 제작해 각지에 무료 배포했는데 그때의 관심과 열기가 무색하게 근래 SNS를 타고 '가짜 뉴스'가 번졌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4·3왜곡을 방지하고 4·3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미래 세대가 4·3을 기억해야 한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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