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대학교 정문 앞 버스 회차지(빨간색 부분). 다음 로드뷰 캡처
[한라일보] 제주대학교 버스 회차지 조성 주체를 놓고 제주도와 대학 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학 측이 "그동안 제주도가 허가 없이 학교 소유 부지를 버스회차지로 써왔다"며 변상금을 부과하자, 제주도는 "회차지를 우리가 조성한 것도 아닌데 왜 변상금을 내야 하냐"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도는 지난 3일 제주대가 통보한 변상금 부과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변상금 부과를 무효화하는 본안소송도 제기했다.
이번 다툼은 대학 측이 "제주도가 그동안 사용료를 내지 않고 학교 부지를 버스 회차지로 써왔다"며 변상금 2700여만원을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회차지는 노선 버스 종점으로, 버스는 이곳에서 방향을 돌려 원래 출발지로 되돌아간다. 또 버스 기사는 회차지에서 일정 시간 대기하며 휴식을 취한다. 도에 따르면 제주대 회차지는 정문 동쪽 1000여㎥ 부지에 조성됐으며 현재 노선 버스 약 30대가 이용하고 있다. 제주대 회차지는 아라캠퍼스가 문을 연 1980년 무렵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 측은 회차지로 활용되는 땅이 국립대학인 제주대 소유 부지로 국가 재산이기 때문에 이용하려면 사용료을 내야 하지만 제주도는 그동안 무단으로 써왔다고 주장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지자체가 국가 소유 토지에 공익 목적으로 조성한 시설은 사용료 납부 대상이 아니었지만, 지난 2014년 개정된 국유재산법이 시행되며 이런 면제 혜택이 사라졌다.
개정 법은 지자체가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는 재산에 대해서도 사용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만약 사용료를 면제 받으려면 재산 취득 계획을 제출해 승인을 얻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사용료의 120%를 변상금으로 내야 한다. 단 변상금은 무단 사용 기간의 최대 5년 치까지만 부과할 수 있다.
제주대는 도가 지난 2022년부터는 계약을 맺고 회차지 사용료를 내고 있기 때문에 '최대 5년 치만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해 지난 2019년~2021년 미납 사용료에 해당하는 3년 치 변상금을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반발하고 있다. 버스 회차지를 조성한 주체는 제주도가 아니라 대학이기 때문에 사용 허가를 받을 필요도, 변상금을 내야할 이유도 없다는 게 제주도의 주장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그렇다면 왜 2022년에는 사용 계약을 맺은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준공영제가 시행되면서 (노선 조정·관리권을 제주도가 갖고 있기 때문에) 버스 업체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사용 계약을 우리가 맺은 것일 뿐 직접 사용하는 주체라서 체결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버스 회차지 조성 주체 문제는 이번 다툼의 최대 쟁점이지만 입증은 쉽지 않다. 국유지에 건물 등을 지었다면 공사에 필요한 문서 등이 남아 있어 조성 주체를 특정할 수 있지만, 회차지는 사실상 공터라 누가 만들었는지를 추정할 만한 문서가 없다.
도 관계자는 "건축 허가를 받아 회차지를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성 주체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특정할 만한 문서는 없지만 아라캠퍼스 최초 설계도면상 회차지가 빈 공간으로 표시돼 있었고, 버스 운전자 증언 등을 미뤄볼 때 회차지는 (캠퍼스 설립 당시) 대학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우리가 회차지를 만들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대 관계자는 "조성 주체 문제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면서도 "2022년 사용 계약을 근거로 그동안의 회차지 사용자와 조성 주체가 제주도인 것으로 판단하고 변상금을 부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제주도와 대학 측이 지난 2022년 맺은 버스 회차지 사용 계약은 올해 말 종료되며, 도는 학생과 버스 기사 편의를 위해 대학 인근 다른 곳에 회차지를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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