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들 집단 폐사 알고도 신고 안했다

농가들 집단 폐사 알고도 신고 안했다
전북 군산 종계장서 같은날 반입한 후 폐사 시작
역학조사 시작되자 뒤늦게 실토…道 "고발 검토"
  • 입력 : 2017. 06.04(일) 17:47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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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방역당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차단 방역에 나선 건 지난 3일부터다. 전날 "시장에서 산 오골계 5마리가 폐사했다"는 한 농가의 신고를 받은 방역당국은 다음날 정밀검사 결과에서 고병원성으로 의심되는 AI가 검출되자 예방적 차원의 살처분에 나섰다.

그러나 살처분이 이뤄지기 수일 전부터 이미 도내 일부 농가에선 오골계가 집단 폐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AI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에도 농가들이 이를 숨기면서 AI 역학조사와 차단 방역은 뒤늦게 실시될 수밖에 없었다.

▶왜 숨겼나=제주도가 AI 감염 의심 정황를 처음 인지한 시점은 지난 2일 오후 3시쯤이다. 제주시 이호동 C농가는 "재래시장에서 사온 오골계 중병아리 5마리가 28일 폐사한 데 이어 이전부터 기르던 토종닭 3마리도 이날 폐사했다"고 방역 당국에 알렸다. 정밀 검사에 들어간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3일 고병원성 가능성이 큰 'H5N8'형의 AI 바이러스가 죽은 오골계와 토종닭에서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C농가에서 사들인 오골계는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에 있는 B농가가 지난달 27일 시장에 내다 판 것들이다. 방역당국이 유통 경로를 추적한 결과 B농가는 지난달 26일 전북 군산 서수면에 있는 종계장에서 사육되는 오골계 중병아리 500마리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군산의 이 종계장은 애월읍 상귀리에 있는 A농가에도 같은 날 오골계 중병아리 500마리를 팔았다.

A농가도 B농가처럼 반입한 오골계 100마리를 27일부터 도내 시장에 유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A농가와 B농가 모두 오골계 집단 폐사 사실을 자진신고하지 않았다. A농가는 역학조사가 시작된 뒤에야 방역당국에 지난달 29일부터 군산 종계장에서 반입한 오골계가 폐사하기 시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농가가 시장에서 판 오골계 60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440마리 중 329마리가 연 사흘에 걸쳐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농가에서도 지난달 29일부터 오골계가 80∼90마리씩 연이어 폐사했다.

 도 관계자는 "A농가와 B농가는 오골계가 집단 폐사하자 군산 종계장에 연락해 '왜 이런일이 발생하느냐'고 물었지만 정작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의도적으로 폐사를 숨긴 것으로 드러날 경우 법에 따라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골계 160마리 오리무중=현재 방역당국은 A·B농가가 시장에 내다 팔았다고 진술한 오골계 160마리의 유통경로를 쫓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3일부터 최근에 재래시장 등에서 오골계를 산 경험이 있으면 신고해달라고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도민에게 발송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틀 동안 15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A·B농가가 판매한 오골계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만약 A농가와 B농가가 유통한 오골계들이 다른 곳에서 폐사할 경우 살처분이 또 다시 진행될 수 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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