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들이 무슨 죄인가요?"

"가축들이 무슨 죄인가요?"
양돈·양계농가 유례없는 폭염·가뭄에 전전긍긍
닭 폐사 잇따르고 중량 문제로 달걀 가치 하락
  • 입력 : 2013. 08.14(수) 00:00
  • 강봄 기자 b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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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폭염 탓에 산란율이 떨어짐은 물론 계란 중량도 평소보다 떨어져 상품 가치가 하락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강봄기자

지난 12일 오후 3시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돼지 32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양모(30)씨의 돈사 한 켠에 모돈 한 마리가 더위에 지친 끝에 우리를 빠져 나와 가뿐 숨소리를 내며 말 그대로 '벌러덩' 누워 있었다. 돈사 내부에서 돼지들은 각각의 우리 안에서 쓰러져 누워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숨소리만 거칠게 내쉬고 있을 뿐이었다.

2007년 이후 이런 적이 없었다는 양씨는 "평소에는 1년에 3마리 정도 폐사하는데 올 여름 폭염 탓에 한달 새 벌써 6마리가 죽었다"며 "더구나 임신한 채 죽은 모돈도 포함돼 타격이 크고, 현재 수유 중인 돼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이어 "특히 냄새 때문에 돈사를 밀폐할 수밖에 없어 선풍기 등을 비롯해 별도의 환기·배기 시설을 설치해 놓고 있지만 이 마저도 한계가 있어 현재 에어컨을 설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양씨의 이러한 걱정은 비단 폭염 때문만이 아니다. 물 부족으로 자돈 등이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돼지 특성상 물을 제대로 공급해주지 않으면 사료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양씨는 "아직 단수 조치가 되진 않았지만 탱크에 저장된 물이 금세 바닥을 드러내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한창 돼지고기 소비철인데 새끼 돼지들의 성장이 더뎌 출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13일 오전 11시 제주시 한림읍 소재 B양계조합법인. 성계 7만8000마리, 육성계 1만9200마리 등 약 10만마리에 가까운 닭을 사육하고 있는 이모(54)씨는 축사 주변에 물을 뿌려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때문에 최근 수돗·전기요금이 걱정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이씨는 "보통 1개동 당 3~5마리가 폐사하는데 이번 무더위로 1개동 당 많게는 하루에 10마리씩 죽고 있다"며 "총 4개동에서 15~40마리가 폐사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폭염으로 산란율이 떨어짐은 물론 닭들이 물을 더 많이 찾게 되면서 난각(卵殼·알의 보호를 위하여 알의 가장 바깥쪽 단단하게 된 껍데기)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때문에 중량이 모자라게 되면서 왕란이 특란으로, 특란이 대란으로 떨어지는 등 그 값어치가 점점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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