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환상숲길'을 가다(18)]역사·문화(상)<br>서귀포자연휴양림~물찻오름~관음사~거린사슴

[한라산 '환상숲길'을 가다(18)]역사·문화(상)<br>서귀포자연휴양림~물찻오름~관음사~거린사슴
하치마키 도로·화전터·돌담 방화선 등 자원 풍부
  • 입력 : 2009. 08.27(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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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숲길에선 19세기를 전후해 중산간과 목장지대를 태워 밭을 일궜던 화전농업의 흔적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진은 다랑밭 형태의 화전. /사진=강경민기자

탐사대, 4·3주둔소·조선시대 국마장터인 4소장도 직접 확인

새로운 숲길체험 공간 탄생 앞서 전문가집단 조사·연구 절실


한라산 허리 국립공원의 경계를 빙 둘러도는 환상숲길 탐사는 한라산이 품어안은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과 생생하게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한라일보가 올해로 창간 20주년을 맞아 제주특별자치도산악연맹과 공동 기획중인 한라산 환상숲길 탐사는 해발 700~1000m 고지 사이를 오르내리는 순환 숲길이다.

초봄에 첫발을 내디뎌 4개월여동안 이어진 환상숲길 탐사기간에 탐사대는 4·3 주둔지에서부터 일제시대 때 만든 하치마키 도로, 조선시대 국마장터, 화전농업의 흔적, 한라산 국립공원을 산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쌓았던 돌담 방화선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직등반이 아닌 수평등반의 새로운 환상숲길체험구간을 탄생시키기 위한 탐사과정에서 발굴되거나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소중한 역사 현장을 활용한 자원화와 전문가 집단의 심층적인 현장조사·연구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다.

▶'하치마키' 도로=환상숲길 탐사구간에선 일제강점기 제주도민들을 강제로 동원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일명 '하치마키 도로'를 만날 수 있다.

'제주도지'(2006년)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말 일본군이 건설한 산악도로는 해발 900m 한라산 국유림 지대인 어승생 수원과 어승생봉을 중심으로 한라산록을 띠를 두르듯이 만들어 놓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특히 하치마키 도로는 숲길 곳곳의 하천 등으로 길이 끊긴 지역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원형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 법정사~시오름~남성대 제1대피소~5·16도로변 수악계곡으로 이어지는 20㎞ 길이의 구간구간에서 만나는 하치마키 도로는 돌을 정교하게 쌓아 폭 5~10m의 길을 만들었다. 길 위쪽엔 연장을 이용해 깨부순 흔적도 있다.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곳곳서 화전농업의 흔적=일제시대까지 제주의 중산간지대와 목장지대를 태워 경작지로 사용했던 화전(火田) 흔적도 탐사구간 곳곳서 찾아볼 수 있다.

화전은 19세기를 전후해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국영목장 지대에서 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된다. 정부가 금지하던 화전을 허용한 배경엔 제주도 전체의 목장화로 인한 토지 부족과 농업생산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목장세, 화전세 등의 세수를 확충하려는 의도에서다. 화전의 흔적은 한라산 목장지대에 대한 농경지화 정책과 당시 제주도민들의 농업형태를 추정케 하는 중요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1100도로변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 법정사 전망대~시오름을 거쳐 남성대 제1대피소로 연결되는 환상숲길 구간의 도순천 상류 지류 인접지에서는 그 흔적이 제법 뚜렷했다.

화전을 뒷받침해주는 기록도 확인됐다. 탐사대 학술조사팀의 강만익 교사(세화고)는 서귀포시 도순동 마을회관에 보관돼 있는 화전세 영수증을 확인했다. 1910년 12월 마을주민이 영수원에게 화전세를 냈다는 영수증이다.

화전의 흔적은 남성대 제1대피소에서 5·16도로변 수악계곡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선 30도정도의 경사로에 계단식으로 층층이 만들어진 다랑밭이 확인되기도 했다. 강만익 교사는 "계단식 화전은 토양침식을 막고 햇볕을 잘 받을 수 있어 농사짓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했다.

▲환상숲길엔 일제 강점기 도민을 동원해 만든 '하치마키 도로' 흔적이 뚜렷하다.

▶조선시대 국마장 10소장=제주는 일찍이 말(馬)의 고장으로 조선시대엔 국마의 보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탐사대는 조선시대 국가가 운영했던 해발 200~600m 사이에 위치했던 국마장인 10소장 가운데 4소장터였음을 알려주는 기록도 확인했다.

제주시 관음사 야영장에서 천아수원지 입구로 이어지는 구간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목장내 한 묘비엔 4소장이란 용어가 등장한다. 4소장이 제주시 연동에서 해안동의 중산간 지대였음을 감안할 때 탐사대가 통과한 환상숲길의 행정구역상의 위치를 가늠케 해 준다.

▶돌담 방화선=환상숲길에선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한라산을 목장지대의 잦은 산불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노력도 엿볼 수 있다.

5·16도로변 왕벚나무 자생지에서 제주컨트리클럽을 거쳐 관음사 야영장~ 천아수원지 입구로 이어지는 숲길에선 견고하게 쌓은 돌담길이 탐사대를 맞이한다. 이 돌담은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직후인 1974년부터 약 3년여에 걸쳐 국유림 경계를 따라 빙 에워쌓은 방화선이다.

숲속의 돌담길은 앞으로 환상숲길이 조성되면 '돌담길'로 이름붙여도 좋을만큼 상당한 구간에 걸쳐 있다.

방화선을 쌓을 당시 제주도청 산림부서에서 근무했던 이용언(2000년 퇴임)씨는 "한라산 국유림의 경계지 인근 목장지대에서 산불이 자주 발생해 국유림 보호를 위해 주변의 돌들을 모아 방화선을 구축했다"고 얘기한다.

▶4·3 주둔소도 발견=알려지지 않았던 4·3주둔소 확인도 탐사과정에서 얻은 수확중 하나다.

서귀포시 시오름 정상에서 서북쪽으로 500m쯤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주둔소는 원형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외성과 내성의 이중구조에다 성담과 망루 등을 갖춘 주둔소는 외성이 삼각 구조로 눈길을 끈다. 기존에 발견된 시오름 하단부의 주둔소와 비슷한 형태로 4·3 당시 토벌작전 전개과정과 주둔소 구축과정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현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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