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필의 한라칼럼] 곶자왈은 한라산의 나무정원

[송관필의 한라칼럼] 곶자왈은 한라산의 나무정원
  • 입력 : 2024. 12.17(화) 03: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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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화분에서 나무를 키운다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크게 자라는 식물을 작은 화분 하나에서 수십 년 살리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식물이 성장하는 만큼 공간, 영양분, 물 등이 충분히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분재라는 기술은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작은 분속에 자연의 운치를 작은 공간에 꾸며내는데 소나무, 매화나무 등이 사용된다. 역사적으로는 조선전기의 양화소록(養花小錄)이 있으며, 꽃을 기르면서 쓴 작은 기록으로 꽃과 나무를 기를 때 주의사항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그만큼 분재는 기록을 남길 만큼 어려운 기술인 것이다. 그런데 자연 속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자라고 있는 곳이 있다. 인위적으로 키운 분재와 같지 않지만 그 의미가 매우 유사하다.

화산섬인 제주도는 돌이 많고 토양도 깊지 않기 때문에 영양분도 부족해 내륙에 비해 식물의 크기가 대체적으로 작다. 특히 곶자왈의 식물은 그 이외의 지역보다 더 느리게 자란다. 왜냐하면 척박한 환경에 적응해 개체들이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적응은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만들어지는데 환경에 잘 적응한 개체들만이 살아남는 방식으로 숲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적응해 살아남는 방식은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는 양과 잎이나 줄기에서 소비되는 양이 비율이 맞아야만 살아남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낙엽을 만들어 오버생장하지 않는 방법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이것은 좋은 땅에서 자라는 식물들에서 보기 어려운 방법으로 곶자왈의 암석 위, 틈, 빈약한 땅에서 자라는 식물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은 장마철과 같이 물이 풍부할 때 뿌리가 좋은 장소로 뻗지 못한다면 장마가 끝난 후 물이 부족해 말라죽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적당히 잎을 떨어뜨려 살아가야 하는데 이는 강풍, 충해충 피해로 살아가는 자연선택적 방법에 의해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남았기 때문에 같은 연령의 개체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은 성장량을 보인다. 그만큼 긴 시간 동안에 적응하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현재 살아가고 있는 식물들에게는 환경에 적응해 나갈 여유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빠르게 상록활엽수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돼 새로운 식물이 차지하고, 현재 그곳에서 자라는 자생식물의 어린 유묘가 자라나 세대교체 기회를 주기 않기도 하고, 꽃피는 시기, 열매결실시기에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지 않아 종자도 맺히기 힘든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한라산 식생분포상 곶자왈지역은 상록활엽수림대이다. 하지만 지형적, 토양적 여건에 의해 아직도 낙엽수가 많이 존재한다. 곶자왈의 식물은 암반이나 돌 틈에서 분재와 같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경관, 환경, 학술 등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이곳이 무너지지 않게 아끼고 가꿔 미래에 전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 <송관필 농업회사법인 제주생물자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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