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손해사정 현장에서 종종 혼동되는 개념이 있다. 바로 상해보험에서 주로 사용되는 '후유장해'와 손해배상에서 주로 쓰이는 '노동능력상실률'이다.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그 평가 기준과 적용 방식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후유장해는 순수하게 의학적 관점에서 손상과 장해 정도를 평가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10살 아이나 80세 노인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오직 장해의 의학적 정도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반면, 노동능력 상실은 장해로 인해 감소된 노동능력의 정도를 의미하며 이는 개인의 직업, 직무, 연령, 성별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이러한 차이는 실제 사례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고도 난청 환자가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은 경우를 살펴보자. 후유장해 평가에서는 인공와우를 제거한 상태를 기준으로 장해를 평가해야 한다. 이는 청력 자체가 호전된 것이 아니라 보조기구를 통한 보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능력상실률 평가에서는 다른 접근을 한다. 인공와우로 청력이 개선돼 실제 직무수행이 가능한 경우라면, 인공와우를 착용한 상태를 기준으로 노동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직무 수행 능력의 회복 가능성을 고려하는 현실적인 접근이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보험금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 시 매우 중요하다. 같은 장해라도 어떤 목적과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좌효주 손해사정사·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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