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육아 - 이럴 땐] (39) 생활습관 들이기
매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상생활'
그동안 편안하게 해 왔는지가 중요
시간적인 한계 둬야 '일관성' 생겨
재촉하거나 거래하기는 절대 금물
입력 : 2024. 09.19(목) 13:35 수정 : 2024. 09. 22(일) 20:31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밥을 먹고 목욕을 하고 양치를 하는 것은 '일상생활'입니다. 이런 일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동안 부모와 아이가 함께 편안하게 해 왔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한라일보] 밥 먹자 해도 '싫다', 목욕하자 해도 '싫다'는 아이. 매일매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상생활'에서 막히는 육아는 더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인데요. 같은 고민이 있는 부모라면 이 점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안 하겠다'는 이유 봐야
밥을 먹고 목욕을 하고 양치를 하는 것은 '일상생활'입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일상적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이지요. 이런 일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동안 부모와 아이가 함께 편안하게 해 왔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아이들이 '안 하겠다'고 할 때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전후의 맥락 말이지요. 사실 부모가 모든 것을 해 주는 시기인 영아기 때부터 어떻게 '시켰는지'가 중요합니다. 부모가 부드럽게 씻겨주며 "씻는 거 재밌지?"라고 즐겁게 대화했던 아이와, 우는대도 억지로 목욕했던 아이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계 안에서 자유 줘야"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유아기가 되면 부모가 '한계'를 정해줘야 합니다. 수면 시간을 밤 9시라고 했을 때, 몇 시까지는 씻어야 하는지 분명히 해 두는 겁니다. 이러한 시간을 정해 놓아야 안전감을 느끼고 '일관성'이 생깁니다. 한계가 허물어지면 아이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더 혼란스럽고 불안합니다.
밤 9시를 수면 시간으로 정했다면 부모도 잘 지켜야 합니다. 저녁 식사, 목욕 시간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야 어떤 날은 이렇게, 또 다른 날은 저렇게 되지 않아 일상생활이 물 흐르듯 잘 흘러갈 수 있습니다.
부모가 경계선을 크게 그린 다음에 그 안에선 '자유'를 줘야 합니다. 아이 마음대로 모든 걸 하도록 놔두는 것과는 분명 다릅니다. 일상생활은 '습관'인 만큼 결국엔 스스로 해야 할 일입니다. 부모가 급하게 재촉하면 하기 싫은 마음만 들고, 습관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한계는 분명히 하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아이가 더 놀고 씻겠다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하지만 그럴 때에도 목욕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정했다면 "이 시간까진 씻어야 해"라고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아이가 한계선을 넘으려 할 때도 "그건 안 돼. 이 시간 안에는 씻어야 해"라고 말해줍니다.
다만 '재촉'은 금물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빨리 씻기고 빨리 재워야 하는 마음이 급하면, 아이에게도 그 마음이 그려집니다. '엄마 아빠가 나를 빨리 재우고 싶구나'라는 생각에 씻는 게 더 싫어질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유아기가 되면 부모가 '한계'를 정해줘야 합니다. 부모가 경계선을 크게 그린 다음에 그 안에선 '자유'를 줘야 합니다.
|'반드시 해야 할 일' 인식 중요
조건을 걸어서도 안 됩니다. "잘 씻으면 엄마(*상황에 맞는 호칭)가 선물 사줄게", "혼자 양치질 하면 스마트폰 보여줄게"처럼 말이지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더 큰 보상을 기대하며 부모와 '거래'를 하려 하고, 더 안 씻고 버티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이후 자라는 동안에도 보상이 따르는 일만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부모부터가 '일상생활은 당연한 거고, 자연스럽게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언니처럼 잘 씻어봐", "형이 더 양치를 잘하네"와 같은 형제자매 간의 비교도 안 됩니다.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가치(*아이 이름)야, 엄마 지금 양치할 건데, 넌 언제 할거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가 지금은 목욕을 하기 싫다고 하면 "그럼 엄마 먼저 목욕할게"라고 말하고 아이보다 일찍 씻는 겁니다. 밥을 먹기 싫다는 아이에겐 "엄마는 지금 밥 먹어야 되겠는데. 같이 먹자"라고 말해 보기도 하고요. 하기 싫다는 아이에게 "너 마음대로 해!"라고 말하는 것은 억압적입니다. 부모가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아이가 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이러한 일상생활이 중요한 것은 아이의 '삶'과도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이 편안한 아이는 기본생활습관이 잘 형성되며 안전함, 편안함과 더불어 행복감도 더 잘 느끼게 됩니다. 편안하게 자고, 재밌게 먹고, 즐겁게 씻는 '경험'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 안에서 아이들은 성취감이나 자아 존중감까지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습니다.
상담=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 취재·글=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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