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문화광장] 좀비 아포칼립틱 서바이벌 영화와 타자에 대한 두려움

[김정호의 문화광장] 좀비 아포칼립틱 서바이벌 영화와 타자에 대한 두려움
  • 입력 : 2020. 07.21(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소수의 마니아에게 사랑받아온 좀비 영화를 메인 스트림 블록버스터로 만든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2016)의 후속작 '반도'가 화제다. '부산행'은 좀비의 국산화를 넘어서 우리 것으로 만든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전 인류가 감염에 대한 공포에 싸여 있는 상황이라서 흥행의 가능성은 크다. 물론 코로나 감염의 우려에 극장을 찾기를 꺼리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한참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진행되던 시기에 넷플릭스로 공개된 조선시대 배경 좀비 드라마 '킹덤 시즌 2'는 전 세계적 사랑을 받았고 순제작비 75억원에 손익분기점이 220만 관객인 웹툰 원작 좀비 서바이벌 영화 '살아있다'도 1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GP 506'(2008)에서 좀비가 등장하기 시작하고 '연가시'(2012)에서는 감염된 자들에게서 가족을 지키려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저예산 B급 영화로 '이웃집 좀비'(2010)가 있고, '인류멸망보고서'(2012), '신촌 좀비 만화'(2014) 등 옴니버스 영화에서도 좀비가 등장한다. '창궐'(2018)에서는 흡혈귀와 좀비가 결합된 조선 시대의 야귀가 등장한다. '조선 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2018)에서는 서양의 뱀파이어가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를 보여준다.

좀비 영화 장르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영화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 이다. 이전까지 저예산 B급 영화로 만들어지던 좀비 영화 중에서 대규모의 흥행을 거둬 할리우드 대형영화사들도 이러한 공포 영화 장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만든 영화다. 이런 영화의 흥행은 당시 미국의 심야극장, 그리고 청소년들이 자동차를 몰고 가서 영화를 볼 수 있었던 드라이브인 극장 환경이 큰 역할을 했다. 좀비는 카리브해 아이티섬의 흑인들이 믿는 부두교에서 나온 용어로 시체가 아프리카의 마법을 사용해 부활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최초의 좀비 영화는 1932년에 나온 '백인 좀비'이고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1943)는 과테말라 안티구아의 플랜테이션 농장주의 백인 아내가 좀비라는 설정으로 멜로적 요소가 강한데, 아프리카 후예인 흑인들의 부두교 의식이 잘 재현돼 있다. 원자폭탄, 미국과 소련의 냉전, 전략 폭격기,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등장으로 1950년대 이후의 좀비는 방사능에 오염돼 생겨나거나 '월드 워 Z'(2013) 처럼 바이러스 감염을 통해서 등장하게 된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좀비의 유행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타자(他者)에 대한 무의식적 공포의 발현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미국 백인의 입장에서 아메리칸 인디언, 흑인, 중국인, 일본인 등 동양인은 기본적으로 타자이며 이들이 영화 속에서는 외계인이나 좀비로 치환돼 나타난다는 해석이 있다. 최근에는 가진 자 1%가 전체 부의 99%를 가진다는 세계 경제의 불평등 문제도 상위 1% 가진 자의 입장에서는 나머지 99%가 타자인 좀비로 보여진다는 분석도 있다. 감염된 자와 감염되지 않은 자, 감염에 대한 두려움, 격리, 국경폐쇄,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에 대한 혐오와 공포, 코로나 시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는 이런 영화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63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