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체류 허가 예멘인 '안도·걱정' 교차

인도적 체류 허가 예멘인 '안도·걱정' 교차
통지서 발급 이후 1년간 체류 가능… 24일까지 300여명
"기쁘지만 아직 전쟁 포화 속에 있는 가족들 데려오고파"
인권단체 "직업·의료 등 최소한의 인간다움 보장해야"
  • 입력 : 2018. 10.22(월) 16:06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22일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여권에 출도 제한 해제를 증명하는 도장을 받기 위해 제주출입국·외국인청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송은범기자

"전쟁이 한창 벌어지는 예멘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예멘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요."

 22일 예멘인 M(55)씨는 '인도적 체류허가 통지서'를 받기 위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았다. 이 곳에서 체류 절차와 취업, 법 질서 등 한국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받아야만 여권에 제주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도장이 새겨지기 때문이다. 이날을 시작으로 24일까지 3일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예멘인 300여명에 대해 통지서 발급과 교육을 실시한다.

 M씨는 "차귀도 해상에서 어부로 일하다 인도적 체류 허가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며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으로 거처를 옮기고, 이후에는 예멘이 있는 가족을 불러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계획을 설명했다.

 
같은날 인도적 체류허가 통지서를 받은 H(22)씨는 "제주에서는 식당에서 일을 했지만 다소 일이 힘들었다"면서 "출도제한이 풀린 만큼 곧바로 친구들이 많은 서울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멘에서 약사를 했다는 또 다른 M(26)씨는 "5월에 제주에 들어와 일은 하지 않고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고 있다"며 "이제 일자리가 많은 육지로 올라가 예멘에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들을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에서 영어강사였던 A(38)씨 역시 "전쟁이 벌어지는 고국으로 다시 돌아 가는 것이 아닌 안전한 한국에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면서도 "예멘에 있는 아내와 어린 아이들을 하루빨리 한국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번에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게 된 예멘인들에게 부여된 체류기간은 1년으로, 기간이 만료되면 체류 허가를 갱신해야 한다. 하지만 난민법상 난민 인정요건에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에 생계비 지원이나 의료보험, 교육받을 권리 등 사회보장 혜택은 받지 못한다.

 김성인 제주난민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 위원장은 "지금 당장 전쟁의 포화 속으로 되돌아가지 않은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인도적 체류허가도 한계가 있다"며 "실제 시리아 난민의 경우도 처음엔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고 기뻐했지만, 나중에는 한국 생활에 한계를 느껴 난민으로 다시 인정해달라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도적 체류허가자들에게 직업과 의료, 주거 등 최소한의 인간다움이 보장 될 수 있도록 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 17일 예멘 난민 신청자 458명 중 339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허가를 내렸다. 나머지 34명에 대해서는 불인정, 85명은 심사 결정이 보류된 상태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91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