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풍요로움 더하는 제주어 '깜깜'

우리말 풍요로움 더하는 제주어 '깜깜'
[특별기획]오늘 567돌 한글날
초·중·고생 제주어 동사·형용사 이해도 11% 그쳐
"학교에서 의도적으로 교육해야 제주어 살아남아"
  • 입력 : 2013. 10.09(수)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우리말과 우리글을 한층 다양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제주어 사용을 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5일 탐라문화제 제주어 말하기대회에 참가한 성산읍 온평초 학생들. 강경민기자 photo6n6@ihalla.com

오늘(9일)은 567돌 한글날. 올해는 국경일인 한글날이 23년만에 공휴일로 재지정된 해여서 그 의미가 더욱 뜻깊다. 하지만 우리말과 우리글을 한층 다양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언어이자 한국어의 뿌리를 캘 수 있는 제주어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제주어교육연구회가 제주어 교육자료 개발과 관련 최근 도내 초·중·고 학생 323명을 대상으로 '제주도 용언 이해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제시된 제주어 어휘 열개 중 한 개를 아는데 그쳤다.

이번 조사는 이도초·세화초·삼성초·보성초 학생 124명, 아라중·김녕중·제주사대부중 학생 112명, 제주제일고·서귀포고·성산고 학생 8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들에게 '간세허다', '거느리왕상허다', '거념허다', '곱닥허다', '동사다', '두리다', '버치다', '놉드다', '베롱허다', '소도리허다', '심백허다', '오몽허다', '으시대기다', '정다슬다', '추그리다', '헉삭허다' 등 80개의 제주어 용언(동사, 형용사)을 적어놓고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 결과 이들 용언에 대한 이해도가 초등학생은 9.9%, 중학생 9.3%, 고등학생 15.0%에 불과했다. '튼내다'(잊어버렸던 것을 생각해내다), ' 윽서르다'(남이 두려워하게 말로 으르다)와 같은 어휘는 설문에 참여한 초·중·고 학생 모두 '모른다'고 답했다. '곱다'(숨다, 마비되다)는 대부분 표준어 '곱다'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젊은층의 열악한 제주어 사용 환경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소멸위기의 언어로 분류하면서 관련 정책 수립, 학교 교육 강화, 일상 생활 활용을 권고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어교육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문덕찬 교감(성산고)은 "학교에서 의도적으로 제주어를 교육해야 소멸위기의 제주어가 살아 남아 후세들에게 계승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어린 시절부터 습득할 수 있도록 유치원이나 초등 저학년 교육과정 속에 제주어 교육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농기구 명칭 등을 제주어로 가르치기 보다는 일상 생활에서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용언들을 많이 발굴해 사용해야 제주어 사용환경도 바뀌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02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