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형바이러스 등이 주원인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간염도초기증상으로 진단은 불가능
평소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던 김모(52)씨는 갑자기 피를 토해 응급실로 실려갔다. 몇달 전부터 쉽게 피로감을 느꼈으며 최근 들어 배가 점점 불러오는 증상이 있었다. 환자는 동료들과 술을 즐겨 마셨으며 주량은 소주 2~3병이었고 일주일에 5일 정도 지속적으로 술을 마셔왔다. 내시경에서 식도에 정맥이 팽창돼 출혈이 생긴 식도 정맥류 출혈로 확인됐다. 만성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간경화로 진단됐으며 이후 환자는 술을 끊고 복수 조절을 위해 저염식이와 이뇨제를 복용하고 있다.
▶간경변=간경화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간경변(증)이 좀 더 정확한 명칭이다. 간경변은 오랜 기간에 걸쳐 간에 염증이 지속되는 경우 반복적인 염증에 의해 간이 점점 우둘투둘한 상태로 쪼그라지며 굳어지는 것을 말하며 이와 동반돼 여러 증상들이 발생하게 된다. 일단 간경변이 발생한 후에는 원래 상태대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며, 간경변 환자는 간암의 발생 위험이 매우 증가하게 된다.
▶원인=간경변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들로는 B형 간염 바이러스, C형 간염 바이러스, 만성적인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간염 등을 들 수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1980년대에는 유병률이 7~9%에 달했으나 다양한 치료 약제들이 발달함에 따라 최근에는 유병률이 3~4%까지 감소한 상태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 발생하는 간경변의 약 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 역시 지속적인 만성 간염 과정을 거쳐 간경화를 유발하게 되는데 간경변으로 진행되기 전 적극적인 C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많은 경우 간경변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에 의한 간경변이 발생하는 사례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평소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반드시 간경변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많은 양의 술을 오랜 기간에 걸쳐 마신 경우 알코올성 간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적은 양의 음주로도 간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밖에도 유전적 요소, 영양상태, 간염바이러스의 중복 감염여부 등에 따라 간경변의 발생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최근 음주력이 거의 없는 환자에서 복부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과 동반돼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역시 염증이 지속되는 경우 30% 이상에서 간경변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상 간과 간경변.

▲간경변 환자의 내시경 소견(식도 하부에 정맥 팽창부위의 출혈이 관찰되며(화살표) 시술 후 출혈이 멎은 상태)
▶증상=흔히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말한다. 즉 간은 간경변이 매우 진행돼 간 기능을 거의 상실할 때까지 별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게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소개한 환자의 경우처럼 평소에 건강관리를 하지 않거나, 식도 정맥류 출혈이나 복수 등의 간경변 합병증이 생기고 나서야 간경변이 진단되는 사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초기 증상으로는 피로감, 식욕저하, 소화불량 등이 있으며 이 시기에 증상만으로 간경변을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 등 간경변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한 간 상태의 평가가 필요하다.
이미 간경변이 진행됐을 때에는 간기능이 소실에 따라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간에서 만들어내는 담즙의 배설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눈의 흰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가려움증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배 안에 복수가 차게 되면 배가 점점 불러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다리에 부종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간이 딱딱해지면서 간으로 들어가야 할 혈액이 높은 압력에 의해 식도나 위 정맥으로 몰리면서 정맥이 부풀어 오르고 심한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해 피를 토하게 되는 정맥류 출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간에서의 해독작용이 약해짐에 따라 수면장애, 의식저하, 심한 경우 혼수 등으로 나타나는 간성 혼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조상윤기자sycho@ihalla.com
[Q & A]
1. 간경변에 좋은 음식이 있나=간에 좋은 음식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칼로리 섭취가 중요하며 탄수화물을 비롯 적정량의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고기의 종류는 제한할 필요가 없으며 생선, 해산물, 두부나 콩 등의 식물성 단백질 모두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는 여름철에 해안가에서 비브리오균에 감염된 해산물, 어패류 등을 잘못 섭취한 후 심각한 비브리오 패혈증 등이 발생할 위험이 높으므로 수온이 상승하는 시기에 익히지 않은 해산물을 섭취하는 것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간에 좋다고 알려진 민간요법=우리나라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민간요법을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간에 좋다고 알려진 여러 민간요법(대표적으로 헛개나무, 인진쑥, 미나리즙 등)을 잘못 사용한 후에 약재에 의한 심한 독성 간염이 발생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 간은 해독작용을 주로 담당하는 기관으로 성분이 명확하지 않은 다린 물, 즙, 엑기스 등의 농축액을 복용할 때 약재의 해독작용을 담당하게 되는 간에 오히려 무리를 유발하게 돼 간염증이 심해지고 간기능이 더욱 저하되는 독성 간염이 생길 수 있다.
3. 알부민이나 영양 주사를 맞는 것이 도움이 되나=복수가 심해서 이뇨제로 잘 조절되지 않거나 간기능 저하로 인해 콩팥(신장) 기능이 악화되는 간신증후군 등 일부의 경우에 알부민 주사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간경변 환자는 알부민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간기능이 회복되거나 질병의 경과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영양주사나 수액은 오히려 복수를 조장할 수 있으며 음식의 섭취가 불가능한 환자가 아니라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전문의 의견 / 조유경(소화기센터) ] "만성 간염단계서 치료를"
간경변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간 염증에 의해 간섬유화가 진행돼 간이 굳어진 상태를 말하며 간경변이 발생하면 원래대로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간경변으로 진행되기 전에 만성 간염의 단계에서 적절한 치료를 통해 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간경변을 유발하는 만성 간질환의 흔한 원인들로는 B형간염바이러스, 만성C형간염에 의한 간경변, 만성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간경변이 있으며 비만과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과 동반돼 나타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도 간경변의 위험인자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경우 만성 간염 단계에서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에 의해 간경변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만성 감염 환자의 경우 증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으므로 무증상인 경우에도 주기적으로 간기능에 대한 추적관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코올에 의해 만성 간염이 발생한 경우 간경변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술을 끊는 것이다. 혼자서 술을 끊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가족이나 동료 주위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술을 끊어야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경우 지속적인 운동과 식이요법 등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면서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같이 관리하는 것이 간경변으로 진행을 막아줄 수 있다.
이미 간경변을 진단받은 환자의 경우, 간경변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가능한 최소화하기 위해 원인이 되는 질환(바이러스성 간염이나 알코올성 간염 등)에 대해 치료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간경변은 남은 간기능으로 별다른 증상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대상성간경변의 상태와 간이 굳어짐에 따라 복수나 정맥류 등의 증상이 발생하고 간기능이 악화됨에 따라 황달, 복수, 간성혼수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비대상성 간경변의 상태로 구분할 수 있다. 비대상성 간경변으로 진행한 경우 증상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며 내과적 치료로 호전이 어려운 경우 간이식 등을 통한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간경변 그 자체가 간암의 위험인자이므로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간암에 대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