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질병 50선](48)만성 콩팥병

[제주의 질병 50선](48)만성 콩팥병
노폐물 제거·전해질 균형 유지 등 기능 제대로 역할 못해
  • 입력 : 2011. 12.01(목)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30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 신장내과에서 만성 콩팥환자에게 혈액투석이 이뤄지고 있다. 혈액투석은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시행되는 신 대체 요법의 하나로, 투석기(인공 신장기)와 투석막을 이용하여 혈액으로부터 노폐물을 제거하고 신체내의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며 과잉의 수분을 제거하는 방법을 말한다. /사진=강경민기자

예전엔 '만성 신부전'으로 불리워
당뇨·고혈압·만성 신장염 '주원인'

# 33세 남자 K씨는 3일 전부터 발생한 마른 기침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면서 내과를 찾았다. 환자는 5년 전 갑자기 발생한 혈뇨로 사구체 신염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다. 사구체 신염은 사구체(혈액을 걸러내는 모세혈관 덩어리)에 염증성 변화가 발생해 사구체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일컫는다.

당시 혈압이 높아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 받았으나 잘 복용하지는 않았다. 이후 증상이 없어 복용을 중단했다. 진찰결과 환자는 만성 사구체 신염으로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됐다.

▶만성 콩팥병=사람의 콩팥, 즉 신장(腎臟)은 길이 10cm, 너비 5cm, 두께 3cm 정도의 강낭콩의 모양으로 횡격막 아래에 등쪽으로 좌우에 1개씩 자리잡고 있으며,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 오줌으로 내보내는 배설기관이기도 하다.

신부전이란 콩팥이 노폐물 제거, 나트륨, 칼륨, 염소 등의 전해질 균형 유지, 수분 및 산·염기 균형 유지 등의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신부전에는 급성 신부전과 만성 신부전이 있는데, 급성 신부전은 여러 원인에 의해 급격히 신기능의 감소가 일어나지만, 대개 일시적 현상으로 유발 원인이 제거되면 차차 기능이 회복된다. 그러나 만성 신부전은 3개월 이상에 걸쳐 여러 원인에 의해 신장이 손상을 입음으로써 비가역적으로 신장 기능이 감소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만성 신부전'이란 용어를 주로 사용했으나, 대한신장학회에서 '만성 콩팥병'으로 대체해 부르고 있다.

▶원인=만성 콩팥병의 원인은 지역, 인종, 분류 기준, 나이, 성별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는 당뇨병, 고혈압, 만성 사구체 신염(만성 신장염)이 3대 원인으로 가장 많다. 그 외에 루프스(전신성 홍반성 낭창) 등의 자가 면역질환, 결석, 종양, 전립선 비대 등에 의한 요로 폐쇄, 다낭성 신질환, 알포오트병 등의 유전성 질환, 만성 신우신염 등의 감염성 질환, 기타 약물이나 방사선 조영제 등의 콩팥 독성 물질이 만성 콩팥병을 유발할 수 있다. 대한신장학회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이 전체 말기 신질환의 45.2%, 고혈압이 19.2%, 만성 사구체 신염이 11.3% 로 전체 말기 신질환의 원인 중 3가지 질환이 3/4을 차지했다.

▲흉부엑스레이 소견. 왼쪽은 4년전, 오른쪽은 입원당시.

▲복부초음파 소견으로 왼쪽은 환자의 콩팥(8.7㎝), 오른쪽은 정상인 콩팥(11.8㎝). /사진=제주대병원 제공

▶증상과 증후=초기에는 전반적인 신기능이 비교적 잘 유지돼 자각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로 혈청 요소질소, 크레아티닌 값도 거의 정상이거나 약간 상승을 보인다. 후기에는 고질소혈증과 요독증의 초기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개인에 따라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이미 콩팥 기능이 저하돼 있으므로 탈수나 감염, 요로 폐쇄 등과 같은 신체적인 무리가 따르는 경우엔 급격한 기능 저하를 초래해 요독증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콩팥 독성이 있는 약제의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 말기에 이르면 심한 요독증상과 함께 생화학적 지표들의 뚜렷한 변화와 요독성 합병증들을 관찰할 수 있으며, 반드시 투석치료, 콩팥 이식 등의 신대체요법을 시행해야만 생존 할 수 있다.

콩팥에서 배출하는 노폐물로는 요소질소, 크레아티닌, 인, 요산 등이 있는데, 콩팥 기능이 정상인 경우에는 소변으로 체내의 노폐물과 수분이 충분히 배설된다. 그러나 만성 콩팥병으로 소변량이 줄거나 소변이 나오지 않으면 이러한 노폐물이 쌓이게 되고, 식욕부진, 구역질, 구토, 피로감 등의 증상과 함께 색소침착으로 얼굴색이 검푸르게 변하며, 최악의 경우는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와 함께 수분이 체내에 쌓여 체중증가, 부종이 나타나고, 혈액량이 증가에 따른 고혈압과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 생기며, 심장의 부담으로 심장의 크기가 커지게 된다. 신장에서 정상적으로 배출되는 전해질 중 칼륨의 신장 배설이 줄게 되면, 혈액내의 칼륨이 축적돼 손발이나 입술의 저림, 부정맥, 근육마비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치료=요로 폐쇄를 교정하거나 진통제 과용에 의한 신부전증의 경우는 진통제 사용을 중단하는 것 등 원인 질환을 교정해 주면 콩팥 기능이 상당 기간 동안 유지될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만성 콩팥병은 원인을 제거해도 좋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콩팥 기능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후에는 콩팥 기능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콩팥병의 일반적인 치료 중 생활습관의 개선으로는 금연, 체중 감량, 유산소운동, 절주 및 염분의 섭취 제한이 필요하다.

적절한 고혈압의 치료와 저단백식이는 콩팥 기능의 보전을 위해 중요하다.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고혈압 조절의 일반적인 목표는 130/80 mmHg이며, 단백질을 과량 섭취하면 신장에 부담을 주게 돼 신장 기능이 빨리 나빠질 수 있어 투석이나 이식 전에는 1일 단백질을 섭취량을 체중 1kg당 0.60~0.75g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만성 콩팥병 3단계가 되면 추가적으로 빈혈 및 미네랄-골대사 질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며 독감과 폐렴에 대한 예방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 만성 콩팥병 4, 5단계가 되면 3개월마다 신기능, 빈혈, 칼슘, 인, 부갑상선 호르몬, 중탄산염 이온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아울러 적극적인 식사 요법과 투석 방식의 결정 및 이식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Q & A ]

1. 치료해서 콩팥 기능이 호전될 수 있나?

=대부분 환자들이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되고 나면 가장 처음으로 하는 질문 중의 하나이다. 급성 신부전은 탈수나 다른 질환의 치료를 위해 사용했던 약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원인을 해결하면 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만성 콩팥병은 비가역적인 콩팥 손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로 이전의 콩팥 기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로 진행한 것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들 중 만성 콩팥병을 손상 받기 이전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이식이 유일한 방법이다.

2. 만성 콩팥병에는 어떤 음식이 좋은가?

=특별히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정해져 있는 것은 없다. 대신 주의해야 할 음식은 많다. 칼륨 함량이 높은 감자, 고구마, 고춧잎, 부추, 산채, 쑥갓, 시금치, 열무 등의 녹색 야채류와 바나나, 키위, 토마토, 참외, 살구, 멜론 등의 과일류, 건포도, 은행, 잣, 땅콩 등의 견과류 등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잡곡, 콩류, 된장, 청국장 등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인 함량이 높은 요구르트, 치즈, 버터 등의 유제품, 현미, 잡곡, 콩류, 녹두, 코코아, 콜라, 땅콩, 초콜릿, 호박씨, 해바라기 씨 등이다.

3. 투석은 언제 시작하게 되나?

=말기 신질환에 이르게 되면 투석 또는 이식 등의 신대체요법이 필요하게 된다. 투석 치료 시기의 결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만성 환자의 경우 정기검사로 신기능의 변화를 관찰하게 되는데, 대략 혈청 크레아티닌 농도가 10mg/dL 이상이거나, 사구체 여과율이 10ml/min/1.73m2 이하에 이르게 되면 투석을 시작할 것을 권고하게 된다. 그러나 요독 증상의 발현은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에 일정한 검사 수치를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

[전문의 의견/ 김현우(신장내과)]"콩팥병 조절할 수 있어"

콩팥은 우리 몸에서 노폐물을 걸러 주고, 수분 및 체액의 항상성 조절 및 적혈구 생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장기이지만, 기능이 50% 이상 떨어지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증상이 출현했을 경우는 콩팥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 이후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만성 콩팥병의 위험인자를 조기에 발견해서 조절함으로써 만성 콩팥병의 발병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콩팥병 환자의 가장 흔한 원인인 당뇨병의 경우 발견 즉시부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절이 필요하고, 당뇨병으로 인한 콩팥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콩팥 기능이 떨어지기 이전에 소변에서 단백질이 출현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경우 매 6개월마다 소변 검사를 통해 요 단백질의 출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고혈압은 만성 콩팥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만성 콩팥병을 진행하게 하는 위험 요소로도 작용한다. 따라서 만성 콩팥병을 가진 환자의 경우 더욱 철저히 고혈압을 조절해야 한다. 흡연은 만성 콩팥병을 진행하게 만드는 위험 요소일 뿐만 아니라, 만성 콩팥병 환자들의 사망률 1위인 심혈관계 질환의 강력한 위험인자이므로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술의 경우 흡연만큼 강력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는 아니지만, 과도한 음주의 경우 신장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맥주의 경우 하루 680ml, 포도주의 경우 하루 280ml 이하로 마시도록 권장하고 있고, 여자의 경우 그 절반이 기준이 된다. 고지혈증도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데, 혈중 중성 지방이 대부분의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증가하고, 당뇨병성 신증에 의한 만성 콩팥병 환자나 복막투석을 받는 환자의 경우 혈중 콜레스테롤도 또한 증가하게 된다.

만성 콩팥병은 그 속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말기 신질환으로 이행한다. 때문에 환자들이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되고 나면 자신의 인생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만성 콩팥병은 대장암보다 예후가 좋은 병으로 알려져 있고, 완치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의지를 가지고 조절할 경우 합병증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조절 가능한 병임을 알아야 하겠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04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