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경기 침제로 인한 소비부진으로 만감류 농가들이 울상이다. 특히 설 성수기에 특화된 레드향은 대표적인 만감류 삼총사(레드향·천혜향·한라봉) 중 그 피해가 가장 크다.
지난해 7~9월 이어진 폭염과 열대야로 인해 과육과 표피가 같이 갈라지는 열과 피해가 만연했고 그 피해면적은 전체 재배면적의 40%에 달했다. 급기야 농림축산식품부는 제주를 재해지역으로 선포하고 재해복구비를 지원하기에 이른다.
피해율이 20% 이상인 농가는 1㏊당 276만원 정도의 농약대가 지원되고 피해율이 70% 이상되는 농가는 1㏊당 770만원이 지원되는데, 지원이 다른 작물로 파종하는 대파비로 이뤄진다. 과수원에 대파비 지원도 우습지만, 보조 50%에 융자 30%로 여기에 자부담 20%가 책정된 지원조건이다. 만감류에 대한 재해 피해 지원 사례가 없었다는 것은 이해가 되나 현실과 뒤떨어진 지원책은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정국 경색 등 사회적 분위기 탓에 소비는 꽁꽁 얼어붙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만감류 생산농가와 산지농협 합동으로 농협유통 양재점에서 '제주 행복만감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판촉활동으로 소비자 관심을 끄는데 한몫은 했지만 여전히 산지농가들의 시름은 깊기만 하다
차제에 우리 농가들의 반성도 뒤따랐으면 한다. 물론 품종별 숙기라든가 기준당도 등을 준수하며 좋은 상품을 시장에 출하하는 농가가 다수이기는 하다. 그러나 설 명절 대목을 노려 숙기에 달하지 못한 천혜향 등을 출하해 제주 전체 만감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사례가 숱하다.
무릇 만감류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나무에서 완전히 익도록 오래 뒀다가 따는 감귤이라는 뜻이다. 품종마다 정해진 숙기에 수확을 해야 제맛을 발휘할 수 있다.
가온시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품종별 완숙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삭한 식감과 최고의 당도를 뽐내는 레드향은 1월 상순 이후가 숙기이고 풍부한 과육과 새콤달콤한 맛을 자랑하는 한라봉은 1월 하순에서 2월 중하순을 숙기로 볼 때, 두 품종은 설 명절에 특화된 만감류로 꼽을 수 있다.
다만 이들보다 숙기가 좀 늦은 천혜향은 소비자들로부터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2월 중하순에 이르렀을 때 제맛을 구현하는 천혜향 특성으로 볼 때 그보다 이른 시장출하는 자칫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전체적인 만감류 이미지를 흐리게 할 수도 있다.
몇 년 전 설 명절 대목을 노려 완숙이 덜 된 한라봉과 천혜향을 출하했다가 소비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던 기억이 아프게 떠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조기출하가 레드향 시장입지를 좁히지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소비자들이 만감류를 선호하는 이유는 특유의 식감과 높은 당도를 꼽았다. 이는 품종별 숙기를 지켜 만감류 고유의 맛과 식감을 살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주문도 담겨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윤우 무릉외갓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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