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공의 집단사직 일 년... 해결되지 않는 의료 공백

[현장] 전공의 집단사직 일 년... 해결되지 않는 의료 공백
제주대병원 전공의 15명만 현장 남아... 전체의 10%
전문의가 의료 공백 메우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원 미달
병원 관계자 "특히 신장내과·외과 의료진 피로감 극심"
  • 입력 : 2025. 02.19(수) 14:15  수정 : 2025. 02. 20(목) 21:32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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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 집단 사직사태가 벌어진 지 1년이 되는 19일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 내부.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필수의료가 벼랑 끝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정부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으로 그간 시도하지 못했던 담대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2월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은 '의사인력 확대 방안'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해당 방안에 따라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25년부터 2000명 증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브리핑의 후폭풍은 거셌다. 수도권 이른바 '빅5'라 불리는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것과 함께 제주지역을 포함한 전국에서도 전공의 집단 사직 행렬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의대생들도 집단으로 휴학계를 냈으며 의대교수들까지도 가세했다.

그렇게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침으로 촉발된 전공의 인력 공백은 19일을 기해 1년을 맞았다. 그동안 의료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간신히 버티고는 있지만 한계에 직면한지 오래됐고 환자들은 불안을 넘어 의료공백 확산에 따른 응급실 뺑뺑이 등 피해를 입었다.

▶도내 대학병원 현장=19일 오전 방문한 제주대학교병원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차들이 이미 길게 늘어섰지만, 병원 로비에는 오가는 환자가 많지는 않았다. 진료가 예약제로 진행되는 탓도 있지만, 경증환자들이 의료 공백 후 동네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날 한 응급실 관계자는 "집단 사직 사태 이후 가벼운 질환은 동네 병원을 이용하게끔 하면서 응급실 접수를 취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현재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1차로 동네병원을 거쳐 대학병원으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갈등에 환자와 의료진 모두 피로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재 12명(전문의 10, 전공의 2명)의 의료진이 일일 3교대로 응급실 업무를 보고 있다"며 "전공의 부족 사태로 인해 모두가 업무에 과부화가 걸렸다"고 전했다. 집단 사직 전까지 제주대병원 응급실에선 전문의 10명, 전공의 8명 등 의사 18명이 일일 3교대로 근무했었다.

또 이날 병원에서 만난 박옥선(72)씨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진료를 보려면 기본 몇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면서 "급하게 진료를 봐야하는 상황이 생겨도 시간이 빌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의료진들도 다 너무 지쳐보이고, 하다하다 탄핵 정국까지 맞으니 언제쯤이면 이 사태가 해결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 상황=제주대학교의 부속 병원이라는 특성 탓에 전공의 비율이 높아 도내에서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제주대학교병원이다. 제주대병원에 따르면 현재 환자 곁에 남아있는 전공의는 15명으로 전체 정원(141명)의 약 10%에 불과하다.

전공의의 빈자리는 전문의인 교수진들이 메우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원 206명 중 현원 165명으로, 인력부족으로 인한 이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제주대병원은 인력 충원을 위해 2025년도 상반기 인턴(사직전공의)모집을 실시했다. 그러나 모집인원 22명 중 4명만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는 공고 기간 연장에도 끝내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 제주대병원에서는 의료진 부재로 인해 안과 응급수술, 수족지접합 수술 및 진료가 불가능하다"며 "신장내과의 경우 현재 2명의 전문의가 외래, 병동, 혈액투석까지 전부 진행하고 있는데 과연 언제까지 이들만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외과쪽 의료진들도 인력 한계를 말하고 있지만 내과쪽 의료진들도 버거워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면서 "도내에서 유일하게 신생아중환자실이 가동되는 곳이 제주대병원이기 때문에 이쪽 상황도 버겁기는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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