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삽시다]실버스타연극단장 이경식씨

[당당하게삽시다]실버스타연극단장 이경식씨
깜깜한 장막 뒤에서 삶의 활력 찾았네~
  • 입력 : 2012. 04.18(수) 00:00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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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스타연극단장 이경식씨

고향을 등지고 마주한 바다는 절망적이었다. 자금을 보탰던 자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떠밀리 듯 제주행 배에 올랐던 때. "바다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이경식(79)씨의 삶은 위태로웠다.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에 정착한 지 올해로 5~6년째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의 출발은 외로웠지만 삶은 이내 순풍을 만난 듯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 8일 만난 이경식 실버스타연극단장은 "우연히 연극을 하게 되면서 삶이 즐거워졌다"고 했다.

그의 말 맞다나 모든 게 우연이었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 특히 연극과의 만남까지 모두 우연찮게 일어났다. "제주에 내려오기 전, 전화 한통으로 급하게 구한 집이 마침 동제주종합사회복지관 근처에 있었지요. 아내와 함께 복지관을 찾아 요가, 컴퓨터 등을 배우면서 적적함을 달랬지. 그러다 실버스타연극단의 창단을 함께 하게 됐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팔순을 앞둔 나이에 연극을 한다는 건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 마냥 불편했다. 그는 "아내와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함께 해보자는 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갈 길은 멀었다. 연출가의 도움을 받아 대사를 연습해도 2~3일이 지나면 잊어버리기 예사였다. 부인 이용녀씨와 부부역할을 맡았지만 연기 호흡을 맞추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일 나이가 많은 단원이 86세였어요. 10명의 단원 중에는 한글을 몰라 대사를 외우기 힘들었던 사람도 있었고. 힘들긴 했어도 열정만큼은 젊은이 못지않았지. 대사를 주고 받다보니 아내와의 사이도 더욱 돈독해졌고."

일주일에 두 번, 하루 두 시간씩. 7개월 동안 느릿느릿 걸어간 끝에 연극단의 첫 작품 '미(美)·안(安)·해(海')가 완성됐다. 실버스타연극단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을 담아낸 연극을 가지고 10여 차례 무대에 올랐다.

수많은 관객 앞에 서는 일은 삶의 활력소가 됐다. "나이가 들면 사회활동이 줄어들어 움츠려들게 되잖아요. 외롭기도 하고. 그런데 연극을 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거야. 사는 게 재밌어 질 수밖에."

이경식 단장은 지난주부터 두 번째 연극 연습에 들어갔다. "8월까지 연습하고 공연할 예정이에요. 새로운 대본을 익힐 두려움은 없어. 그보다 관객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지. 더 좋은 무대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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