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한라대맥을 찾아서 74회 최종회
독자와 함꼐 한 오름탐사 ‘제주의 재발견’ 성과 거둬
입력 : 2005. 04.29(금) 00:00
한라일보 기자 webmaster@hallailbo.co.kr
▲지난 2004년 8월 한여름에 탐사한 삼각봉에서 바라본 한라산 북벽 전경. 계곡 밑으로 관음사 등반코스가 보이는데 제주선인들은 물론 관찰사 제주목사 등 관리들이 한라산을 올라 등반기를 남기기도 했다. /사진=강경민기자 gmkang@hallailbo.co.kr
1년 7개월간의 오름 탐사. 제주도의 최장축선인 우도에서부터 한라산을 가로질러 자구내 수월봉까지의 오름군에 대해 ‘한라대맥을 찾아서’라는 타이틀로 전문적인 탐사를 시도하여 이제 대장정을 마무리지었다.
모두 5개구간으로 나눠 진행된 한라대맥 탐사는 2003년 9월 20일 제주의 동쪽 끝 섬인 우도 소머리오름에서부터 송당 당오름까지 제1구간을 탐사하였고, 제2구간 송당 민오름∼넙거리오름, 제3구간 물오름∼어승생악, 제4구간 삼형제오름∼동박이오름, 제5구간 새별오름∼수월봉까지 이어졌다.
전문탐사를 통해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일본군 진지동굴이나 무수히 남아 있는 4·3의 흔적들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이나 많이 확인했고, 오름 형성과 연관된 지질현상, 성산일출봉과 산굼부리 분화구 내 급속한 대나무 잠식현상, 구좌지역 오름 일대 세계적 희귀식물 가시딸기 군락지 발견과 국립공원내 돌로 쌓은 제주형 숯가마터, 곶말의 흔적 확인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졌다.
특히 서검은오름 탐사를 통해 희귀 난대수목 식나무 군락을 비롯하여 거멀창 등 지질현상, 일본군 주둔 흔적과 진지동굴, 풍수적 가치 등 다양한 각도로 조명함으로써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큰 성과로 평가된다.
한편으로 한라대맥 탐사는 여느 취재 탐사와는 차별적으로 독자들과 함께 하는 자유스러운 탐사형태를 취함으로써 미래 언론이 추구할 만한 새로운 탐사보도의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본보 홈페이지 한라대맥 게시판에는 독자들의 글과 전문가들의 댓글 등이 잇따름으로써 오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하는 만남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어려운 난관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정작 탐사 일정이 마무리되자 아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고, 언제 다시 제3부 탐사가 시작되느냐며 탐사 재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오름! 우리에게 오름은 어떠한 의미인가. 그 동안 한라대맥 선상의 1백21개 오름 탐사를 하면서 제주의 선인들은 오름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가장 소중한 성과였다. 그리고 독자들과 오름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고, 오름이야말로 우리가 온전히 지켜 후대에 영원히 물려주어야 할 보배라는 사실 또한 배웠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전문 탐사를 시도한 만큼 지금까지의 탐사결과를 한데 묶어 책으로 발간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미 ‘오름나그네’라는 명작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이와 차별화된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점이다.
이제 많은 도민들이 오름을 즐기고 있다. 오름을 오르는 동호인이 크게 불어나 과거 목축 등 고단한 생업현장이었고, 베일에 쌓여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던 오름이 도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보배로운 자연유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오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공감대가 더욱 확산된다면 유네스코가 인정한 제주오름은 지금보다도 더더욱 빛을 발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다만 간과되서는 안될 일은 오름을 지켜내는 핵심 주체는 행정이 아닌 도민들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