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오름 불놓기를 축제 콘텐츠로 두고 제주자치도의회를 통과한 '들불축제 지원 조례'에 대해 제주자치도가 재의를 요구했다. 들불축제의 개최 시기, 장소, 내용 등을 규정한 이 조례가 사실상 지자체장의 권한을 침해하고 산림보호법을 위반한다며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제주시가 들불축제 불놓기 폐지를 선언하며 촉발된 갈등이 또 다른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3일 제주자치도의회에 따르면 제주도는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 재의 요구 기한 마지막날인 이날 도의회에 재의요구서를 제출했다. 주민 청구로 제정이 추진된 이 조례는 지난달 22일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까지 넘으며 제주도의 공포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는 20일 간의 법리 검토 끝에 이를 수리하기를 거부하고 도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했다.
앞서 제주도는 조례 심사 과정에서도 상위법인 '산림보호법'과의 상충을 우려하며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도의회에 제출한 재의요구서에는 이런 이유에 더해 지자체장의 재량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문제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 축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는 도지사가 축제육성위원회를 두고 축제 명칭 등에 대한 사항을 정하도록 돼 있는데, 들불축제 조례로 이를 규정하면 도지사의 고유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같은 이유로 제주도가 재의 요구에 나서면서 제주도의회는 같은 조례를 두고 또 다시 표결을 거치게 됐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는 '지방의회는 부득이한 사유가 없으면 재의요구서가 도착한 날부터 10일 이내(본회의 일수 기준)에 재의에 부쳐야 한다'고 돼 있어, 이 기간 안에 본회의 상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제주도의회 관계자는 "올해 본회의는 3일(3차례) 밖에 안 남았다. 이번 회기(제433회 도의회 2차 정례회) 본회의에 올릴지, 다음으로 넘길지는 아직 결정을 안 했다"며 "일반적으로 본회의에선 재적 의원의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의 과반수 이상이면 안건이 처리되지만 재의 요구 건에 대해선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고 했다.
13일 제주자치도의회 기자실에서 제주들불축제 조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고태민 문화관광체육위원장. 제주자치도의회 제공
이번 재의 요구가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들불축제 조례를 심의한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 내부에선 벌써부터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제주도의 재의 요구가 알려지기 전인 이날 오후 2시에 기자회견을 연 고태민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은 조례에 불놓기를 명시한 것 자체가 상위법 충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림 또는 산림인접지역(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 토지)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가 금지돼 있어 법 위반 소지가 지적된 것에 대해서도 고 위원장은 들불축제 불놓기 장소가 '산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애초에는 산림인 '임야'였지만 1987년 이후 초지조성허가를 받아 '초지'로 관리돼 왔고, 2013년 초지관리 대상에서 제외됐어도 지금도 '목장용지'로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별오름 불놓기 장소가 산림보호법에 적용을 받더라도 법에 따라 불놓기 허가를 거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도 보였다. 이 장소 바로 인근에 '임야'가 있어 '산림인접지역'에 포함돼 불놓기가 제한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대응했다.
고 위원장은 "허가 절차에 따라 불놓기 행위가 진행된다면 상위법에 따른 합법적 행위로서 법령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축제운영자가 법령에서 정한 불놓기 허가를 받지 않고 들불축제 중에 불놓기 행위를 해야만 비로소 위법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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