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가 지난 30일 제주도노동자종합복지관에서 '노키즈존 실태조사 성과보고회'를 열고 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제공
[한라일보]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제주에서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아동을 차별하지 않으면서 매장 사업주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상생 해법' 찾기가 요구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는 지난 30일 제주도노동자종합복지관에서 '노키즈존 실태조사 성과보고회'를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노키즈존 공유 지도 웹페이지와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확인된 도내 노키즈존 사업장 151곳 중 80곳을 대상으로 지난 5~6월 진행됐다. 앞서 해당 웹페이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노키즈존으로 운영 중인 국내 음식점, 카페 등은 모두 500여 곳인데, 이 중 20.4%가 제주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에서 경기도에 이어 가장 높은 수치다.
조사 결과를 보면 도내 노키즈존 사업장은 대부분 읍면지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시 읍면지역 42.5%, 서귀포 읍면지역 27.5% 등으로 집계됐다. 이를 고려하면 도내 노키즈존 사업장은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키즈존으로 운영 중인 매장의 68.8%는 어린이 출입이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간이나 시간, 상황에 한해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응답은 31.3%였다.
개업 당시부터 노키즈존으로 운영 중이라는 매장은 52.5%였는데,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처음부터 조용한 가게 분위기를 원해서'(42.9%), '아동 안전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해서'(33.3%)라는 답변을 보였다. 중간에 노키즈존으로 변경했다는 매장(47.5%)의 경우 '아동 안전사고가 발생해서 노키즈존으로 전환'(42.1%)했다거나 '자녀를 잘 돌보지 못하는 부모와 트러블을 일으켜서'(39.5%)라는 응답이 많았다.
한마디로 노키즈존 사업장 대부분은 아동의 사고와 부모와의 마찰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노키즈존 증가를 막기 위해선 '공공장소에서의 보호자 책임 강화 및 홍보'(35.0%), '배상보험 가입비 지원(21.3%) 등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기획평가팀장은 이 같은 실태를 발표하며 "노키즈존 이슈를 3자(아동, 부모, 사업주) 간의 갈등관계로 보고 배척, 배제하기 보다 서로 이해하고 상생,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키즈존처럼 특정인을 제한하는 게 아닌, 케어키즈존'과 같이 뛰거나 소란스러운 구체적 행위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영업주의 권리 행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주혜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보육전문요원이 지난 30일 보고회에서 '제주도 노키즈존 실태조사'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송창권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외도·이호·도두동)을 좌장으로 한 토론에선 사업장의 배상 문제를 돕는 창구 마련 등 정책적인 지원책이 요구됐다.
최진원 제주관광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안전이나 고객의 항의를 이유로 아동에게 위해한 곳이 아닌데도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 있다니 안타깝다"면서도 "사업주가 안전사고 발생 부담 때문에 불가피하게 (노키즈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배상문제 발생 시에 비용과 처리 부담 등을 지원하는 절차적 창구 마련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우현경 어린이집안전공제회 안전예방본부장은 "노키즈존 갈등을 해결할 지속적인 소통을 위해 사업주와 부모, 전문가, 수행기관, 지자체로 구성된 협의체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고, 신경근 초록우산 제주종합사회복지관장은 노키즈존 해법의 하나로 아동친화적 환경 조성을 거론하며 "도내 아동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놀이, 여가 공간,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제주도노동자종합복지관에서 열린 '노키즈존 실태조사 성과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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