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음악극 아코디언에세이 '나의 우산', '붉은 풍금소리' 들고 내달 미국 시애틀에서 '세계 투어' 도전 첫걸음을 내딛는 우상임 씨. 지난 7일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카페 여언에서 열린 프레스 콜에서 주요 공연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오은지기자
[한라일보] 제주의 예술가로서 좀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제주의 역사·문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는 클래식 음악단체 자작나무숲 대표 우상임 씨. 피아니스트에서 아코디언 연주자 겸 배우로 새로운 도전 중인 그녀가 1인 음악극 아코디언에세이를 들고 제주,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로 향한다.
그녀는 내달 4·5일 미국 시애틀의 한 공연장에서 제주4·3과 한국 전쟁 피난의 역사를 품은 가족,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나의 우산'과 '붉은 풍금소리'를 무대에 올린다. 거대 담론이 아닌 개인의 작은 이야기가 세계인에게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킬지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하다는 그녀. '세계 투어'를 앞두고 지난 7일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콘텐츠복덕방 카페 여언에서 열린 프레스 콜에서 우 대표를 만났다.
▶먼저 '세계 투어' 도전에 나서는 소감은?=제주에서 예술가로 어느덧 30여년을 살아왔다. 피아니스트로, 현재는 아코디어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아코디언에세이라는 1인 음악극에 도전했고 이번에 세계 투어를 기획했다.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저의 이야기, 제주의 이야기, 한국의 역사를 어떻게 공감할지 궁금하다. 기대도 되고, 떨리는 마음도 있다. 어쩌면 설렘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제주의 예술가로서 사명감 같은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다만, 제가 겪어온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 안에 한국의 아픈 역사가 숨어있기도 하다. 작년엔 아코디언에세이 '나의 우산', '붉은 풍금소리', '해녀 도전 폭망기' 세 작품으로 전국 투어를 진행했는데, 올해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저의 이야기를, 제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세계 투어에 도전하게 됐다.
▶지난해 전국 투어를 먼저 하셨다. 시작하게 된 계기와 마친 소감은=제주에서 만난 많은 관객들이 공감해주신 저의, 제주의 이야기를 다른 지역의 관객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제주의 문화를, 제주의 역사를 거대 담론이 아닌 작은 나의 가족 이야기로 말이다. 정말 많은 관객들을 만났다. 그들은 단순히 관객이 아니라 공연의 일부처럼 여겨지는 시간들이었다. 전국 10개 도시, 30회 공연을 마친 후 하길 잘했다고 저 자신에게 칭찬해주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예술가로서의 용기와 근력을 키우게 된 것 같다.
1인 음악극 아코디언에세이 '나의 우산', '붉은 풍금소리' 들고 내달 미국 시애틀에서 '세계 투어' 도전 첫걸음을 내딛는 우상임 씨. 오은지기자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어온 제주 사람들의 가족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저의 아버지는 이북에서 제주로 피난오셨다. 그리고 한 가정을 꾸리셨다.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작품('나의 우산')을 만들면서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왜 고향을 그리워했는지를.
그리고 제주의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어온 우리 어머니의 한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제주 4·3의 역사를 거대 담론으로 힘주어 말하기 보다는, 제 어머니가, 제주의 어머니들이 모진 세월을 어떻게 살아오셨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지만 담담히 작은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이해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각자의 삶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그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을 그려본다.
▶공연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순간은=4·3을 다룬 '붉은 풍금소리' 작품 초연을 북촌리에서 했던 기억이 난다. 공연을 마친 후 제 어머니뻘 되는 분이 무대 앞으로 걸어오시더니 저를 꽉 안아주시고는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이, 고맙다이"하셨다. 제 어머니와 친구라며. 한참 시간이 흐른 뒤 혼자서 그 장면을 떠올리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분이 왜 고맙다고 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제가 '붉은 풍금소리'라는 작품을 계속 해야하는 이유가 됐다. '나의 우산'이라는 작품을 보고 나서 아버지와 화해를 했다고 저에게 전화를 걸어온 지인도 있었고, 아버지의 고향인 평안북도 희천 고향분인 101세 어르신도 관객으로 오셔서 손을 잡아 주셨던 기억이 난다.
지난 7일 카페 여언에서 열린 '우상임의 아코디언에세이 세계 투어' 프레스 콜에서 연출자인 경남 극단 현장의 대표 고능석 씨가 함께 자리해 연출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고능석 연출은 이날 우상임 씨가 '나의 우산' 첫 공연할 때 많이 운 이야기를 전했다. 연출가 입장에선 배우는 울면 안되는 관객을 울려야하지만, 그 과정들이 우 씨의 세계관을 단단하게 만드는, 예술가로서 나아가는 기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을 전했다. 오은지기자
▶가족사기도 하다. 공연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무서웠다. 내가 이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을까? 무대 위에서 이 이야기를 담담하게 할 수 있을까? 공연을 연습할때였지만, 많이 울었다.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아직도 공연 중에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무대 위에서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 공연 전 1시간 동안은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혼자 눈을 감고, 조용히 떠올린다. 우리의 아버지를, 우리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매 공연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호흡을 가다듬지만 매번 어렵다.
▶피아니스트에서 아코디언 연주자 겸 '1인 음악극' 배우로 새롭게 도전하고 계시다. 계기가 궁금하다=피아니스트로서 무대에서 수많은 공연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다른 악기, 마음을 울리는 악기를 발견했다. 내 심장과 가장 가까이에서 연주할 수 있는 아코디언의 매력에 빠졌다. 매일 아코디언을 내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바람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인 아코디언은 우리네의 숨소리, 한숨소리, 안도 소리, 삶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악기와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1인 음악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이젠 저의 이야기를, 제주의 이야기를 아코디언과 함께하는 1인극으로 표현을 한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미국 시애틀을 시작으로 영국, 독일, 호주, 일본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물론 올해 안에 다 진행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무모한 도전이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그 힘으로 해보려고 한다. 해외 공연을 마무리할 때쯤이면 공연을 다니며 만나게 되는 관객들과 공연을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또다른 작품을 만들고 선보일 힘이 충전되고 쌓일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위로해 주었던 한국 대중음악사를 정리하는 내용으로 음악극을 만들어 보고 싶다.
◇우상임 씨는 7월 4일 오후 7시 30분 '나의 우산', 7월 5일 오후 7시 30분엔 '붉은 풍금소리' 작품을 미국 시애틀 Theatre Puget Sound Center에서 공연한다.
후원 프로그램도 진행해 제주와 한국에서 한 사람이 한 석을 구매하면 미국 현지 한인 교포 1, 2세대에게 무료 초대권을 배포할 계획이다. 제주의 시민들이, 한국의 시민들이 초대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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