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안녕하세요" 제주 적응 마친 반달가슴곰 첫 인사

[현장] "안녕하세요" 제주 적응 마친 반달가슴곰 첫 인사
제주자연생태공원 13일 반달가슴곰 4마리 첫 공개
개장시간부터 사람 몰려.. 어른들도 동심의 세계로
  • 입력 : 2024. 01.13(토) 16:17  수정 : 2024. 01. 15(월) 17:20
  • 김채현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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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제주로 이주한 반달가슴곰 4마리가 제주 적응 훈련을 마치고 13일 도민과 관광객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아침부터 아이가 곰 보러 가자고 재촉해서 서둘러 왔어요."

국제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날인 13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 위치한 제주자연생태공원은 곰들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개장시간부터 이어졌다.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걷는 엄마부터 어린 딸을 목마 태운 아빠, 손자들이 뛰어다는 것을 미소로 바라보는 조부모까지.

13일 서귀포시 성산읍 제주자연생태공원에 곰들을 보기 위한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이상국기자

개장 30여 분만에 주차장은 만석이 됐고, 관람대 위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공개된 달곰이, 일곰이, 반달이, 웅이 등 반달가슴곰 4마리는 경기도 용인시의 한 민간시설에서 사육을 포기하면서 지난달 15일, 14시간의 대장정을 거쳐 제주로 왔다. 이는 농가에서 사육하던 곰이 보호시설로 옮겨진 첫 번째 사례이다.

제주자연생태공원은 곰들이 도착하자마자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귀소훈련, 물놀이 등 적응 훈련을 실시해 13일 관광객들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곰들은 따스한 햇볕 아래 물놀이를 즐기거나 사육사들이 던져주는 감, 사과 등 간식들을 먹는 등 건강한 모습이었다.

사육사들이 던져준 귤을 먹는 반달가슴곰. 이상국기자

아이들은 곰이 움직이거나 먹이를 먹을 때마다 "우와~"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옆에 서있는 부모를 향해 "지금 곰들이 무엇을 먹는 거예요?" "저 곰은 여자곰이에요? 엄마곰이에요?" 등 호기심 어린 질문을 쏟아냈다.

이날만큼은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의 뒤에서 곰을 보던 어른들은 신기한 눈으로 곰들을 바라봤으며, 사육사들을 향해 곰의 이름과 나이 등을 묻기도 했다.

3개월 전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했다는 구경현 씨는 "제주에 와서는 큰 동물이 보고 싶다는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말, 사슴 밖에 없어서 아쉬웠던 찰나에 반달가슴곰 공개 소식을 들었다"면서 "전날 아이에게 곰 보러 가자고 했더니 (아이가) 새벽부터 일어나 재촉한 탓에 아침 일찍 왔다. 곰이 사람처럼 귤을 까먹는 모습이 나 역시도 신기해서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곰을 보러 아빠, 엄마, 여동생과 함께 왔다는 이지호(6) 군은 "실제로 곰을 처음 봤는데 무섭기보다는 귀엽고 예쁘다"면서 "앞으로 제주에서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주자연생태공원 한영자 해설사는 "이른 아침부터 생태공원이 아이들의 소리로 가득 찬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평소보다 방문객들이 10배는 더 온 것 같다"면서 "오늘 곰들의 첫 공개를 계기로 완성도 높은 생태교육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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