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첫날… 신난 관광객 vs 불안한 도민

황금연휴 첫날… 신난 관광객 vs 불안한 도민
예상보다 많은 관광객들 제주행… 관광업계 반짝 특수
야외에선 마스크 착용 기피·사회적 거리두기도 실종
  • 입력 : 2020. 04.30(목) 17:26
  • 이상민·강다혜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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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첫날인 30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에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상국기자

황금연휴 첫날부터 제주지역 주요 관광지마다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모처럼만에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상당수 관광객과 식당 등이 제주도가 권고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으면서 방역에 대한 걱정을 키우고 있다.

30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주차장에는 관광객들이 타고 온 렌터카로 가득찼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스크를 챙겨 쓰는 사람에서부터, 마스크를 쓰긴 썼지만 턱 아래로 걸쳐 쓴 사람, 마스크를 아예 벗어던진 사람 등 각양각색의 관광객이 한데 섞여 휴일을 즐겼다.

제주도는 황금연휴 때 제주를 찾는 방문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관광객을 상대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최대한 가족단위로만 여행할 것과 외부 활동을 할 때에는 가급적 타인과의 거리를 1~2m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했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포항에서 친구들과 함께 제주로 여행을 왔다는 A씨는 "황금 연휴라고 해서 특별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성산일출봉 입구 쪽에서 진행되던 발열검사는 일부 관광객에 한해 이뤄졌다.

성산일출봉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방문객이 워낙 많기 때문에 발열 검사는 받길 원하는 관광객에 한해서만 진행된다"면서 "열화상 카메라는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섭지코지도 사정은 비슷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관광객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구에서 연인과 함께 여행을 왔다는 김민국(31)씨는 "마스크를 착용해 여행하라는 제주도의 권고를 전해듣지 못했다"고 했고, 산악회 동호회원들과 제주를 찾았다는 임종신(62·서울)씨는 "좋은 공기를 마시러 온 것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역 지침이 비교적 잘 지켜지는 관광지도 있었다. 한화아쿠아플라넷 제주를 찾은 관광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업체 측도 마스크 착용 여부와 발열 유무를 확인한 뒤 입장을 허락하고 있었다.

권세숙(62·부산)씨는 "(코로나19 시국에) 제주에 놀러와 한편으론 도민들에게 미안하다"면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지침을 철저히 지키면서 여행하겠다"고 말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도 이날 눈코 뜰새 없는 하루를 보냈다. 문제는 업주나 관광객이 방역 지침을 잘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지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제주도 방역당국은 밥을 먹는 식당에서도 입장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쓸 것과 자리에 앉을 때에는 마주 보고 말고 지그재그로 앉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식당들도 할말은 있다고 했다. 식당 주인들은 제주도의 방역 지침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부터 대기 관광객만 30명이 넘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던 제주시 연동의 한 식당 주인은 "대다수 가족단위 방문객인데 어떻게 지그재그로 앉아서 밥을 먹으라고 할 수 있느냐"면서 "방역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고 손님을 내쫓을 식당이 도대체 어디있으며, 설령 방역지침을 따르더라도 지그재로 앉게 되면 그만큼 손님을 못 받아 매출이 줄어드는데, 이 것은 우리보고 폐업하라는 소리 밖에 더 되느냐"고 토로했다.

제주시 노형동의 한 식당 주인은 "어차피 식사를 하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식당 입장 전 마스크 착용 권고가 어떤 실효성이 있는 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상민·강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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