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의 문화광장] 공감매직

[장수명의 문화광장] 공감매직
  • 입력 : 2018. 12.18(화) 00:00
  • 김경섭 수습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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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매직(empathy magic)'.

자신의 감정, 혹은 타인의 감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상대방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점점 개인주의사회가 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타인의 어떤 상황을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일이 결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작은 생각의 차이로 시비가 붙고, 언쟁이 생기는 일을 주변에서 자주 보기 때문이다. 조금만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이해가 되는데도 말이다.

점점 팍팍해지는 우리들 마음자리에 공감이라는 매직으로 풍요롭고 너그러운 한 해의 마무리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얼마 전에 읽은 책 한 권을 소개 한다.

로레인 헤리슨이 지은 '채소의 역사'.

저자 로레인 헤리슨은 정원사이면서 작가이다. 그는 수년간 쌓아온 정원에서의 정보들을 책으로 쓰고 있다. '채소의 역사'는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채소에서부터 이름과 모양도 생소한 희귀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채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이 책은 19세기 유명한 화가들이 그린 아름다운 세밀화와 함께 채소의 기원과 특성, 재배와 수확에 이르기까지 신기한 채소들에 관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본문 중에 '좋은 동반자'라는 소제목의 단락 몇 소절을 그대로 옮겨본다.

'중세 재배자들은 특정한 식물들 사이에 공감의 마법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이 공감하는 파트너들을 같이 재배하면 수확물의 맛이 더 좋아지거나 해충 및 포식자에 대한 저항력이 더 높아진다.'고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만수국과 바질, 토마토, 감자와 양배추를 함께 심으면 해충에 강하고 맛도 좋아지며 당근과 양파, 옥수수와 감자, 처빌과 무 등을 함께 심으면 맛과 영양가가 더 높아진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나라별 작물재배에 관한 이야기와 파종시기 및 방법에 관한 소개가 처음 작물을 재배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 될 수 있게 구성 되어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 책을 소개한 이유는 인간에게도 있는 '공감의 마법'이라는 단어에 이끌려서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384-BC322)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유는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공동체를 이루어야 안정적으로 생존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인간이 사회적동물인 대표적인 이유는 인간은 탄생 직후부터 인간관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혼자 출생할 수 없다. 병원 혹은 조산원에서 의사나 산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다. 또한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 있다. 형, 동생 등의 혈연으로 맺어지는 인간관계가 그 첫 번째이며, 성장하면서 작은 소단위의 사회관계 속에 놓이게 되는 인간은 집단공동체의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와 같이 개인이지만 집단 속 구성원이다. 사회조직구성원이 된 인간은 개인의 특성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생작용을 할 수 있을 때, 그 집단은 보다 나은 삶의 질도 미래도 꿈꿀 수 있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무술년, 연말연시다. 이웃에게 배려와 공감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누군가에게 공감매직의 마법을 부릴 준비를 시작하며 '채소의 역사'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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