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무사증 제도 이대로 좋은가 (중) 무단 이탈 '전초기지' 제주

[긴급진단]무사증 제도 이대로 좋은가 (중) 무단 이탈 '전초기지' 제주
'뛰는' 범행수법 '기는' 공조체계
  • 입력 : 2016. 05.10(화)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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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탑차·보트 동원 수단 다변화… 연안항 보안 허술
불법체류자 담당기관별 업무지침 달라 수사권 갈등도


무사증 외국인들의 불법 체류뿐만 아니라 '무단 이탈'도 심각한 문제다. 일단 무사증으로 제주에 들어왔다가 이후 국내 다른 지방으로 잠적해버리는 무단 이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단이탈 수단 다변화= 무단 이탈 수법은 다양하다. 주로 냉동탑차, 이삿짐 차량 등에 숨어 항만을 통해 빠져나간다. 보트가 동원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무사증으로 제주에 온 한 중국인은 소형보트와 낚시어선을 이용해 무단 이탈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항만이 무단 이탈 통로로 악용되는 이유는 공항보다는 상대적으로 검문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에서 관리하는 무역항보다 각 지자체가 관리하는 연안항이 보안에 취약하다. 무역항인 제주항에는 무단 이탈자를 막기 위한 엑스선 투시기가 설치돼 있지만 연안항인 한림항, 애월항, 성산항 등에는 이런 검색 장비가 없다. 이렇다보니 지난해 2월과 3월 초 중국인 3명이 성산항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무단 이탈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엑스선 투시기 설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 장비 1대를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4억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말 뿐인 공조= 불법 체류자를 담당하는 기관은 검찰, 경찰, 출입국관리사무소, 해양경찰 등으로 나뉜다. 다만 체류기간을 넘겨 국내에 머무는 단순 '불법 체류'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불법 체류자들의 절도나 무단 이탈 등 외국인 범죄는 경찰과 해경이 담당한다. 주요 기능에 따라 기관별로 업무 영역을 구분한 것인데, 문제는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난달 27일 밤 제주시내 교회에 들어온 중국인 7명이 이튿날 사라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 교회 신자는 경찰과 출입국 측에 "불법체류자로 보이는 중국인 7명이 교회에 들어왔다"고 신고했지만 이들 기관은 모두 출동하지 않았다. 두 기관끼리 정보 공유도 안됐다. 경찰은 불법체류자 의심 신고를 받으면 매뉴얼에 따라 신고자에게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안내하고, 출입국 측에는 관련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신고자에게 안내만하고 출입국 측에는 따로 연락을 안했다. 매뉴얼을 어긴 것이다. 반대로 불법체류자에 의한 범죄 의심신고가 출입국 측에 접수돼도 두 기관의 정보 공유는 이뤄지지 않는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외국인 범죄 의심 사례가 접수되면 신고자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안내는 하지만 경찰에 별도로 이런 내용을 통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사 관할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4월 제주해경이 한림항에서 무단 이탈을 시도한 중국인 등 6명을 검거하자 그해 제주지방경찰청은 해경에 공문을 보내 "육상에서 발생 사건을 인지하거나 첩보를 입수할 경우 지체없이 경찰에 통보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사실상 경찰의 수사 권한을 침범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공문을 보낸 후 해경 측이 항만 내 무단이탈 첩보나 사건을 이첩해주는 등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경의 한 간부급 직원은 "항만을 통해 무단 이탈하려는 시도는 해상으로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기 때문에 해경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면서 "외국인의 무단 이탈 첩보를 왜 경찰에 통보해야 하느냐. 우리가 (사건을)처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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