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성 동측치성 정비 수정 불가피

제주성 동측치성 정비 수정 불가피
성곽 상부서 조선시대 축조 제이각 건물지 확인
당초 11월까지 성벽 해체·복원… 신중 추진을
  • 입력 : 2013. 08.30(금)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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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비가 예정됐던 제주성지 동쪽 치성 상부에서 조선시대 축조된 제이각 건물지가 확인됐다. 이승철기자

성벽 배부름 현상이 발생하면서 성곽 해체를 통한 보수정비가 예정됐던 제주성지 동쪽 치성 상부에서 조선시대 축조된 제이각(制夷閣) 건물지가 확인되면서 제주시의 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성급한 성곽해체 보다는 성곽의 구조와 축조기법 규명 및 안전진단과 보수 정비방안 등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 후 보존ㆍ정비 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제주시는 지난 5월부터 오는 11월초까지 배부름 현상이 발생하는 제주성지 동 치성 일대 70m 구간을 해체 성벽을 보수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재)제주고고학연구소에 의뢰 시굴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굴조사 결과 동 치성 상부에서는 지난 1990년 발굴 당시 존재가 확인됐던 제이각 건물지 기단부가 원형을 간직한 채 뚜렷하게 노출됐다. 1599년(선조 32년) 축조된 제이각 건물지는 기단석렬과 초석 6매가 확인됐으며, 2개의 건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읍성 가운데 성벽 치성 상단부에 凸자형 구조의 누각건물이 확인되는 사례는 드물어 제주성지 성곽 연구에 중요한 학술적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발굴을 통해 '城造冬'(성조동), '丙寅春'(병인춘) 등 글자가 확인되는 명문기와가 다수 출토돼 성곽 축조시기 등과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제이각 하단부인 치성 성벽 일부가 배부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제주시는 당초 오는 11월초까지 성곽 해체를 통한 정비를 한다는 방침이나 치성 상단부에 중요한 건물지가 확인되면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주성 전체 길이 약 2.8㎞ 가운데 오현단 정비구간 139m를 제외하면 성곽 잔존 구간은 수십미터에 불과해서 그나마 남아있는 성곽 원형을 상실할 수도 있는 만큼 정비방향 설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28일 열린 자문회의에서 차용걸 충북대 교수는 "치성 위 건물지는 상당히 중요하다"며 "배부름 현상으로 정비는 불가피한 만큼 확대 발굴조사를 통해 성벽 축조방식과 건물지, 타첩 등 구조물을 확실히 규명하고, 정비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하 국제대 교수도 "성벽 등 잘 남아있는 곳이 사실상 이곳이 유일하다"며 "성곽 해체 등을 통한 정비를 서둘 것이 아니라 성 구조 기법 등을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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