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역사현장'일제전적지를 가다(126)] (1)하치조지마 철벽산사령부호

['고난의 역사현장'일제전적지를 가다(126)] (1)하치조지마 철벽산사령부호
화산섬이자 거대한 요새… 제주와 닮은꼴
  • 입력 : 2009. 04.30(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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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특별취재팀은 지난 달 말(3월26일~30일) 태평양전쟁 시기 제주도 일본군 군사시설의 구축 배경과 성격규명 등을 위해 일본 현지 비교취재에 나섰다. 2005년 11월과 2008년 6월에 이어 세 번째인 이번 해외 취재는 일제 침략전쟁의 산물인 제주도 일본군 군사시설의 역사적 현재적 의미를 조명하고, 아픈 역사현장으로서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방문지는 하치조지마(八丈島)와 다테야마(館山) 등으로 제주도처럼 결호작전 지역이기도 하다…○

하치조지마는 일본 본토에서 태평양상으로 징검다리처럼 이어진 이즈제도(伊豆諸島)와 오가사와라제도(小笠原諸島)의 여러 섬들 가운데 핵심 섬이다.

제주도가 한반도의 길목으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하치조지마는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 본토와 도쿄를 방어하는 핵심거점이었다. 역사적으로도 '유배의 섬'이자 지리적으로 일본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등 제주도와 여러모로 닮았다.

하치조지마는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섬 전체가 군사요새로 변했다. 이 섬에는 1942년부터 미군 B29기의 항로를 탐지하기 위한 전파경계기와 특공병기 등이 배치돼 있었다. 1944년 7월 사이판 함락 이후 패전위기를 느낀 일제가 예상한 미군의 본토상륙 방향은 두가지 경로다. 하나는 사이판과 괌을 기지로 하여 하치조지마가 위치한 일본 동남부의 오가사와라제도를 점령하고 간토(關東)평야로 직접 상륙하는 것이다. 미군의 이동경로에 하치조지마가 위치한 것이다.

또 하나는 필리핀에서 오키나와를 거쳐 일본 서남부의 규슈(九州) 방면에 상륙하는 것이다. 이 경로가 채택될 경우 미군은 제주도에 공·해군기지를 설치해 일본 본토공격의 기지로 삼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일제는 제주도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일본 본토결전에 대비했다. 일본 최고 전쟁지휘부가 미군과의 본토결전에 대비해 작전준비를 시달한 것은 1945년 2월9일이다. 제주도는 결7호작전 지역으로 이 무렵을 전후해서 본격적인 대규모 진지구축이 시작됐다.

하치조지마 역시 미군의 상륙을 위한 이동경로에 놓이게 되면서 많은 군사시설이 만들어졌다. 도쿄를 포함하는 관동지방은 결호작전 가운데 결3호작전 지역에 포함된다. 하치조지마가 포함된 이즈제도와 오가사와라제도는 결3호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길목이었다.



취재팀을 안내한 하치조지마향토연구회의 하야시 카오루씨(林薰·60)는 "비행장을 비롯 방위도로 등 건설에는 많은 조선인(한인)들이 동원됐다"고 말했다.

하치조지마에는 육군해군독립혼성 제67여단(육군 18만2000명·해군 4000명)이 주둔했다. 단순 병력으로만 보면 미군과의 대규모 지상전이 벌어졌던 오키나와에 비해 2배 정도 많다. 일제가 하치조지마를 얼마나 중요시 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하치조지마의 철벽산(鐵壁山)사령부호는 육군 총사령부호로 구축됐다. 제주도 오름처럼 산 지하를 뚫고 전체 4층 구조의 사령부호를 만들었다. 지하사령부호는 콘크리트로 돼 있으며 출입구가 4곳으로 120×80m 규모로 만들어졌다. 내부에는 사령관실과 부관실, 회의실, 참모실 등이 지금도 견고하게 남아있으며, 30m 길이의 환풍구도 만들어졌다. 출입구 부분은 화염방사기의 불꽃을 피하기 위해 꺾여져 있다.

해군사령부호는 철벽산 육군사령부호와 달리 격자형으로 구축됐다. 내부에는 콘크리트로 구축된 공간이 남아있으며, 벽면에는 갱목홈도 볼 수 있다. 갱도 내부에는 발전소 시설이 있었던 듯 망간배터리 등이 상당량 눈에 띠었다. 해군사령부호와 철벽산사령부호는 서로 연결됐다,

하야시씨는 "하치조지마에는 많은 전쟁유적이 있지만 일본정부에서 공적으로 인정하는 곳은 철벽산 육군사령부호 등 2곳 뿐"이라며, 일본 사회가 전쟁책임과 침략, 혹은 그에 대한 잘잘못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회피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이윤형,표성준,이승철기자



■ 하치조지마는 어떤 섬?

해녀 진출… 유길준 유배생활 하기도

하치조지마는 섬 전체 해안선 총연장 길이가 59km, 면적은 69㎢로 작은 섬이다.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남쪽으로 287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인구는 8400명 정도가 살지만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괌, 사이판에서 사람들이 귀환하자 1만3000명 정도가 된 적도 있다.

하치조지마는 이즈제도에 속한다. 이즈제도는 도쿄에서 시작해서 7800km 이어지는데 하치조후지산이 이즈제도에서 가장 높은 산에 속한다. 마지막 화산분출이 1605년에 일어났으며, 제주도에 흔히 볼 수 있는 스코리아(scoria) 역시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섬 주변으로는 쿠로시오해류가 흐른다.

하치조지마는 예로부터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유배지로 이름이 나있다. '유배인의 섬'이자 '쿠로시오 해류 위에 뜬 화산섬'으로 유명하다.

하치조지마는 우리나라와 제주와도 인연이 있다. 즉 제주의 해녀들이 이 섬에까지 건너가 뎅구샤라 불리는 우뭇가사리와 감태 등을 채취했던 것이다.

또한 '서유견문'으로 유명한 개화파 유길준(1856~1914)이 일본으로 망명한 뒤 1900년대 초 하치조지마에서 3년 동안 갇혀지내기도 했다. 유길준은 이곳에 있다가 인근의 오가사와라 섬에서 지내기도 했다. 유길준이 이 섬에서 남긴 서예작품<사진>은 현재 하치조마치 역사민속자료관에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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