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역사현장'일제전적지를 가다](67)

['고난의 역사현장'일제전적지를 가다](67)
제3부:군사요새로 신음하는 제주-7 (2)96사단 주둔지-(6)한라수목원 광이오름
수목원은 일군사시설로 상처투성이
  • 입력 : 2007. 05.24(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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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팀이 갱도내부 천장이 무너진 부분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관통된 갱도내부를 실측하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무관심속에 방치 안전사고 우려도…한라수목원과 연계 활용방안 필요

 숲의 향기가 가득한 한라수목원 광이오름. 10만 여 본의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는데다 오름 정상까지 산책로가 개설돼 있어 관광명소 중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렇지만 산책로를 잠시 벗어나보라. 오름 곳곳은 62년 전 일제의 전쟁야욕이 빚어낸 상처로 신음하고 있다. 일본군이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토사수를 위해 파놓은 갱도 10여 곳이 처음 발견된 것이다. 한라수목원이 자리한 광이오름에까지 일본군이 갱도를 파놓았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취재팀이 현장조사 결과 광이오름(표고 267m?제주시 연동 산62 일대)은 하나의 군사요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름 정상부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수종이 전체를 감싸는 광이오름에서 확인되는 갱도는 10여 곳에 이른다.

 광이오름의 갱도는 분화구 안쪽과 바깥쪽을 중심으로 분포한다.

 이 가운데 분화구 안쪽 사면에서는 길이가 1백여m 되는 갱도를 비롯 60m 길이 등 5곳이 확인된다. 길이 1백여m에 이르는 갱도는 전체적으로 입구가 양쪽으로 나 있다. 갱도는 30도 정도로 하향 전개되는 진입부를 따라 들어가면 내부 가운데 통로에는 구조가 똑같은 3개의 방이 구축돼 있다. 3개의 방은 가로 폭이 4~6m, 세로 폭이 2m 정도의 공간을 이루고 있다. 다른 입구는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상당 부분 막혀있는 상태다. 구조 등으로 볼 때 이 갱도는 광이오름에 주둔했던 일본군의 지휘본부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맞은편 쪽으로는 4개의 갱도가 확인된다. 이 가운데 길이 60m에 이르는 갱도는 구조가 기역자형에 유사하다. 30도 안팎으로 하향 전개된 진입부를 따라 들어가면 내부는 왼쪽으로 25m쯤 이어진다. 이 갱도는 폭과 높이가 220cm~280cm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다.

▲탐사팀이 광이오름 갱도내부에서 조사결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분화구 내부에는 경사면을 따라 자연스레 물길을 내고 물을 고이게 했던 시설도 5~6개 확인된다.

 분화구 바깥 사면에서는 6개의 갱도입구를 찾을 수 있다. 한라수목원 산책로를 따라 서쪽 사면으로 접어들면 무성한 수풀사이로 갱도 입구가 나타난다. 산책로와 불과 10여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다. 이 지점을 중심으로 6개의 갱도입구가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갱도는 2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입구 2곳이 나 있다. 두 곳의 내부는 거의 유사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갱도 내부는 송이층이 떨어져 내리면서 천장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갱도 구조로 볼 때 처음 하나로 연결된 형태였으나 중간부분이 막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60~70m 길이의 갱도 등 다양한 갱도가 확인된다.

 광이오름의 갱도규모로 볼 때 이 일대에는 많은 일본군들이 주둔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본군이 작성한 제58군배비개견도에는 광이오름 일대가 '주저항진지'로 나타난다. 주둔부대는 일본군 제96사단 예하의 294연대 병력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민오름~남조순~광이악 일대는 제주시 권에서 가장 강력한 일본군 방어라인을 형성하고 있었다. 일본군은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과 제주시 해안으로 상륙하는 미군 등 연합군을 저지하기 위해 오름전체를 요새화 했던 것이다.

 하지만 광이오름의 갱도(동굴)진지는 아픈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현장임에도 무관심속에 방치되고 있는 형편이다. 광이오름을 관리하고 있는 한라수목원과 연계할 경우 훌륭한 자연공원이자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가치가 매우 크지만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광이오름의 갱도 가운데는 산책로와 불과 10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도 있어 함몰 및 산책객들이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하루빨리 실태?학술조사 및 이를 토대로 한라수목원과 연계해서 자연체험?역사교육의 장으로 보존?정비?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강순원 탐사단 자문위원은 "광이오름의 갱도는 이 일대 주둔했던 일본군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현장"이라며 "한라수목원과 연계할 경우 훌륭한 역사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윤형·표성준·이승철기자

[탐사포커스/한라수목원이란?]식물 10만여본 전시…산림공원 인기

 광이오름에 자리잡은 한라수목원은 제주자생식물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한라수목원은 제주자생식물 유전자원의 수집·증식·보존·관리·전시 및 자원화를 위한 학술적·산업적 연구 및 시민들에게 휴식공간 제공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1993년 문을 열었다.  이 곳에는 20만3천여평방m(6만1천6백여평)의 부지 위에 자생식물 7백90종과 도외수종 3백10종 등 모두 1천1백종 10만여 본이 전시되고 있다.

 또 자연생태체험학습관과 난전시실, 아열대온실을 비롯 삼림욕장과 관찰로, 파고라 등 다양한 체험 및 편익시설을 갖춰놓고 있다. 이외에도 교목원과 관목원 죽림원, 도외수종원, 약·식용원, 수생식물원 등 볼거리가 많아 학생들의 학습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광이오름 정상까지에는 산책로가 개설돼 있어 도심속 자연공원으로 많은 시민 및 관광객들이 즐겨찾고 있다. 요즘에는 하루 평균 7천명에서 1만명 정도의 시민 및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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