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철의 월요논단] 77주년 맞은 제주 4.3, 의미있게 승화해야

[정구철의 월요논단] 77주년 맞은 제주 4.3, 의미있게 승화해야
  • 입력 : 2025. 04.07(월) 01:3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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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4월은 제주 전역에 눈과 세찬 바람을 견뎌낸 동백꽃이 붉은 꽃을 피웠다 지는 시기이다. 동백꽃은 제주 4.3을 상징한다. 제주 4.3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적인 사건으로서 국가 권력에 의한 양민 제노사이드(Genocide, 집단 학살)로 규정돼 참여정부는 정식으로 제주도민들과 제주 4.3 희생자와 피해자들에게 사과했고, 현재도 피해자들을 찾아 배·보상을 하면서 상흔을 치유하려는 노력들을 지속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한 세대가 지나도록 제주 4.3을 거론함은 금기였었다. 무고한 희생자 가족들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숨죽여 살아야 했다. 그러나 문민정부 이후부터 제주 4.3 관련 문화 활동이 시작되며 그동안 묻혀있던 이야기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소설과 영화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제주 언론의 탐사보도로도 이어지며 그동안 숨겨져 있던 관련기록들이 세상에 드러나며 선량한 양민들의 무고한 희생이 있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발굴된 유적과 증언들로 본 당시의 참상은 끔찍하다. 유네스코에서는 제주 4.3 기록물의 가치를 인정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권고하고 있고, 제주도는 자체적으로 지방공휴일로 정해 추모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위원회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제주 4.3을 다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쓴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 그 외에도 여러 문화인들이 제주 4.3을 작품으로 다루며 시대의 저항문화로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념 갈등의 언저리에서 호시탐탐 제주 4.3을 평가 절하하고 사회적 이슈 삼으려는 시도가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 탄핵의 시대를 만나 이념적 혼란의 와중에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기엔 찜찜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주 4.3을 상징하고 피해자들을 기억하자는 의미를 갖는 동백꽃 배지를 패용한 국회의장을 일부 보수 세력들의 공산당 배지를 달고 있다고 호도하는 일이 있었다. 제주 4.3을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불쏘시개로 이용하려는 사악함에 분노를 느낀다. 제주 4.3의 진실을 모르는 국민들과 특히 신세대들에게 잘못된 이해를 주려는 일부 극우세력들이 불순한 의도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제주 4.3을 단순히 원한을 풀어내는 해원의 단계에 머물지 말고 세계 평화와 화해, 상생을 위한 지속가능한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해 나감이 필요하다. 제주 4.3을 금세기에 있었던 많은 사건들 중 하나로 박제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인류의 공통된 신체 문화인 스포츠 이벤트와 영화제, 음악제, 미술제, 문학제 등을 4.3의 절기에 주관해 세계인들에게 4.3을 알리고 국제 사회에 고난당하는 지역의 눈물을 닦아주며, 화해와 평화를 리드하는 세계정신으로 승화시켜 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을 때이다. <정구철 제주국제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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